‘2016 아시아 청년 사회혁신가 국제포럼’이 15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렸다. 정영무 한겨레신문사 사장과 포럼에 참가한 아시아 지역 청년 사회혁신가들이 모여 성공을 기원하며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정용일 <한겨레21> 기자 yongil@hani.co.kr
“상상해보세요. 당신은 여성이고 지금 임신 중입니다. 매일 가파른 산을 2㎞ 걸어 올라서, 하루 종일 밭에서 일해야 해요. 그러다 출산이 임박했어요.”
인도네시아 농촌에서 사회적 기업 ‘두안얌’을 운영하는 멜리아 위나타는 어느 여성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녀는 그날도 밭에서 일하고 있었죠. 병원까지 2시간이 걸렸어요. 결국 도로 위에서 출산을 했어요. 아이는 낳자마자 죽었죠.”
인도네시아 농촌 지역의 산모 300명 가운데 1명, 태아 40명 가운데 1명이 출산 과정에서 사망한다. 인도네시아 누사틍가라무르에 있는 7개 마을에서 멜리아는 가임기 여성들에게 농사 대신 수공예품 제작 일을 제공하고 있다. 주민들과 부대끼며 마을을 바꿔나가는 것이다.
15일 오후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는 멜리아를 닮은 아시아 청년들이 모였다. 홍콩·대만·일본·베트남·인도네시아·캄보디아·타이·한국의 청년 사회혁신가 15명이 연사로 나섰다.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가로지르는 주제는 ‘청년, 마을에서 길을 찾다’.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하고 <한겨레21>, 네트워킹 스타트업 씨닷이 주관하며 서울시가 후원하는 제3회 아시아 청년 사회혁신가 국제포럼의 자리였다.
각 나라의 청년 사회혁신가들은 사회적 기업으로서 이윤을 창출하는 동시에 낙후된 마을 공동체를 복원한 사례들을 발표했다. 베트남 소수민족 출신인 슈탄은 14살부터 길거리에서 물건을 팔았지만, 자신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언제까지 흙바닥에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 베트남 사파 지역에 있는 사회적 기업 사파오짜우를 운영하는 그는 마을에서 홈스테이를 겸한 여행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에서 얻은 수익은 문맹 교육 등 마을을 되살리는 다양한 프로젝트에 재투자하고 있다. 이밖에도 타이 공정무역 카페 ‘아카아마 커피’, 캄보디아 농촌 마을의 카페 ‘킨예 인터내셔널’, 대만 타이중의 구도심에서 사무공간을 대여하는 ‘해픈코워킹스페이스’, 한국의 공공공간(OOO간) 등을 일으킨 청년들이 경험과 노하우를 전했다. 시민, 비영리단체 활동가, 사회적 기업가, 학생 등 600여명의 청중이 이날 행사에 직접 참석해 사회적 경제의 소중한 경험을 공유했다.
신소윤 <한겨레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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