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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궂긴소식

도시재생·정원도시 운동 이끈 열정적 실천가

등록 2014-08-27 19:03수정 2014-08-28 11:09

세계적 도시계획가 피터 홀 경.
세계적 도시계획가 피터 홀 경.
가신이의 발자취 세계적 도시계획가 피터 홀 경
 명저 <내일의 도시>로 널리 알려진 피터 홀 경은 영국뿐 아니라 전세계 학계와 공공정책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끼친 지리학자, 도시계획가, 사회과학자였다. 1932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그가 지난 1일, 82살의 나이로 고향 런던에서 세상을 떠났다.

 홀은 도시계획 분야의 열정적인 이론가였다. 평생 50여권의 책을 펴냈고, 학술 논문을 포함한 글을 2100편가량 발표했다. 수많은 강연여행도 다녔다. 그는 전문가가 생각하기에 좋은 장소를 만드는 도시계획에 회의적이었으며,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싶어 하고, 일하고 싶어 하는 장소가 답이라고 보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실제 사는 곳의 역사를 이해하고 문화적 가능성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홀은 사회민주당의 창립 멤버였으며, 대학에서도 교수 노조의 활동을 적극 지지하는 열정적 실천가였다. 특히 그는 도시와 농촌의 장점을 결합해 만든 ‘정원도시’ 운동을 벌인 에버니저 하워드의 영향을 깊이 받았다. 그는 정원도시의 정신으로 설립한 도시농촌계획협회의 회장이었다. 그는 한때 계몽주의·개혁주의적 사회주의자였다고 한다. 정원도시가 토지를 공유하고, 엘리트가 관리하는 체제였으니 그 정신이 서로 통한다.

 좌파였지만 실용적인 태도를 가졌던 그는 보수당 정부의 정책에도 적극 조언했다. 대처 정부에서 추진한 도클랜드 재생 사업이 대표적이다. 그는 1980년대 들어 급속히 쇠퇴한 런던의 도클랜드 지역을 런던 금융의 새로운 중심으로 만들자고 대처 정부에 제안했다. 그것은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재생 사업이 됐다. 그는 또 기업 특구를 제안하기도 했다. 기업이 떠나 가난하게 된 도시들의 주민을 위해 정부가 세금과 규제를 줄일 것을 제안한 것이다. 도클랜드 사업과 기업 특구는 환영과 비판을 동시에 받았기 때문에 그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1992년부터 런던대 유니버시티칼리지(UCL)의 도시계획학과(바틀릿 스쿨 오브 플래닝) 책임자로 몸담은 홀은 그 학과에서 누구도 도전할 수 없는 상징적인 존재였다. 2005~2013년 내가 그 학과에서 함께 교수 생활을 할 때 그는 이미 그 학과를 정년퇴임한 비정규직 교수였다. 그러나 그 학과에 지원하는 학생의 대부분이 그의 이름을 보고 지원할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컸다.

 그는 자신의 명성과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소탈한 인격자이기도 했다. 학과 교수회의가 열리면 그는 다른 교수들과 마찬가지로 모르는 걸 질문하고 자신의 의견을 성실하게 제시했다. 가끔 회의 중에 케이크를 먹다가 손가락에 묻으면 그것까지 다 먹어서 다른 후배 교수들을 웃기기도 했다. 그런 그의 태도 덕분에 그 학과의 분위기는 자유로웠고, 나는 그에게서 억누르지 않는 권위를 배울 수 있었다. 훌륭한 학자이자 실천가, 인격자였던 피터 홀 선생님, 감사합니다. 편히 잠드십시오.

글 신혜란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사진 런던/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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