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인 다섯 중 넷은 목사가 교인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영구 제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18일 발표한 ‘개신교 성인지 감수성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교인 응답자 800명 중 86.5%가 교인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일으킨 목사를 영구 제명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목사직을 정직시키고 일정 기간이 지나 충분히 회개한 후 복권시킬 수 있다’는 항목에는 9.7%만이 동의했다.
이와 달리 설문에 응한 목회자 200명 중 영구 제명에 동의한 응답자는 44.6%에 그쳤고, 목사직 정직과 회개를 조건으로 향후 복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데 동의한 응답자가 49%로 더 많았다. 성범죄에 대한 목사들과 교인들 간의 괴리가 큰 셈이다.
홍보연 감리교 여성지도력개발원 원장이 18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개신교 성인지 감수성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말하고 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 누리집 갈무리
출석 교회에서 성희롱이나 성폭력 피해 직간접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교인의 22.5%는 어깨 두드리기나 손 만지기 같은 신체접촉을, 11%는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품평, 별명 사용을, 9.5%는 섹시하다는 등의 성적 농담을, 5,5%는 본인이 원하지 않는 지속적인 연락이나 만남 요구 등을 들었다.
목사가 교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을 경우에 대한 처리를 놓고도 교인과 목사 응답자 간 입장이 달랐다. 이에 대해 영구 제명에 동의한 교인 응답자는 85%인 반면, 목사 응답자는 49.6%에 그쳤다.
‘목사가 금하거나 조심해야 할 일’로는 교인 응답자의 41.5%, 목사 응답자의 51.9%가 ‘성범죄·성적 스캔들’을 꼽았고, ‘부정직한 재정 사용·돈 욕심’이 각각 19.5%, 18.9%로 나타났다.
교회 내 성범죄 대처와 관련해 목사 응답자의 93.7%는 ‘잘 갖춰져 있지 못하다’고 했고, 교인 응답자는 55.9%가 같은 의견을 냈다. 성범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이유로 목사 응답자의 35.6%가 ‘사건을 덮는 데에만 급급한 거 같다’고 했고, 교인 응답자의 61.6%는 ‘사건을 제대로 처리할 공적 기구가 없는 거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번 조사는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올 8월30일∼9월9일 교회를 출석한 만 19∼65살 교인과 목회자 등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홍보연 감리교 여성지도력개발원 원장은 이날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교회 성폭력은 여전하고 피해자들이 도움을 받기가 어렵다”면서 “이번 조사가 교회에 의미 있게 적용돼 교회가 성폭력으로부터 보다 안전한 곳이 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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