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추기경이 30일 명동대성당에서 서울대교구장 이임 감사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사진 서울대교구 제공
염수정 추기경이 30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에서 퇴임했다.
올해 78살인 염 추기경은 이날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이임 감사 미사 주례를 끝으로 약 9년5개월간의 교구장 활동을 끝내고 현직에서 은퇴했다. 행정직에서 은퇴해도 종신직인 추기경직은 유지된다.
염 추기경은 후임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와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 동료 사제와 수녀, 신자 등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대교구장으로서 마지막 미사 집례에 나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여러 가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부족함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사제로 51년, 주교로 20년을 살아왔고, 9년 반은 교구장이라는, 부족한 제게는 너무 버거운 십자가를 지게 됐다”며 “교황님이 당부하신 ‘양 냄새 나는 착한 목자’로서 저의 모든 것을 다 바치려고 했지만, 능력이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미사 참석자들은 염 추기경이 강론을 마치자 박수를 보냈다.
염수정 추기경이 30일 명동대성당에서 서울대교구장 이임 감사 미사를 끝내고 주교와 사제, 신자들의 환송을 받으며 떠나고 있다. 사진 서울대교구 제공
서울대교구는 이날 염 추기경을 위한 기도를 통해 “올바른 말과 행동으로 맡은 양 떼를 보살피고 마침내 그들과 함께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하소서”라고 염원했다. 미사에 이어 열린 환송식에서는 서울대교구 신자 대표들이 염 추기경에게 감사패와 꽃다발을 전달했다.
염 추기경은 2012년 고 정진석 추기경의 뒤를 이어 제13대 서울대교구장에 임명됐다. 2년 뒤에는 한국인으로는 세번째로 추기경에 서임됐다.
2014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 미사를 주례할 때 교황과 함께 미사를 공동 집전했다. 염 추기경은 혜화동 가톨릭대 성신교정(신학대학) 주교관에서 지내게 된다.
후임 정순택 대주교는 다음 달 8일 명동대성당에서 착좌 미사를 봉헌하고 서울대교구장으로 직무에 들어가게 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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