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 <나는 신이다>에서 방영된 제이엠에스 정명석 교주와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 등의 성적 비행에 대한 공분이 커지는 가운데, 개신교 교회에서 성범죄로 유죄가 확정된 목사에 대해서조차 징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교회개혁실천연대에 따르면 개신교 매체인 <뉴스앤조이>가 목회자들의 성범죄를 다룬 보도와 자체 조사를 토대로 2013∼2022년 성범죄 유죄판결이 확정된 목회자 82명(전도사 2명 포함)이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21명)과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13명), 기독교대한성결교회(8명), 기독교대한감리회(8명) 등의 노회와 총회 61개 기관에 성범죄목회자 징계촉구를 위한 질의공문을 보낸 결과 답신을 보내온 15개 기관 가운데 8개 기관만이 이미 징계했거나 앞으로 징계 절차를 밟겠다고 답했다.
6개 기관은 문제가 된 목사 7명에 대해 해당 목사가 기관을 탈회·은퇴했거나 다른 기관으로 소속을 옮겼다는 것을 이유로 들어 징계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부 규정상 고소자(피해자)가 없어서 징계할 수 없다는 답변도 있었다. 46개 기관은 나머지 65명의 징계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이 가운데 일부 기관은 공문을 반송하거나 항의하는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교회 목회자에 의한 성범죄 재범의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성범죄자에게 형벌이나 치료감호를 선고할 때 10년 이내의 기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 취업을 금지하는 명령을 함께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범 위험이 현저히 낮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는 예외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교, 대학, 학원, 청소년보호·재활센터 등이 성범죄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으로 규정돼 있지만 교회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교회개혁실천연대 한주은 팀장은 “교회는 아동·청소년의 교육을 정기적·지속적으로 행하는 사실상 아동 청소년 관련 기관이라 할 수 있다”면서 “목사가 성범죄를 일으키더라도 상회에서 징계하지 않으면 교회 내에서 아동·청소년에 관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가 계속 활동하는 사례도 파악됐다.
이은재 기독교반성폭력센터 간사는 “몇년 전 교단 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한 목사가 청소년을 강제 추행해 징역형에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후에도 주일 설교, 청소년 성교육 등의 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형사법이 저항 곤란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강간죄의 범위를 좁게 해석하고 있다”면서 “교회 성폭력의 경우 폭행·협박이 없는 그루밍 성폭력, 신앙적 바탕과 목회자의 위계와 위력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처벌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는 “혹시 교단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은 성범죄 목사가 교단의 징계를 받지 않은 채 목회를 재개하고 있는 사실이 적발되면 즉시 목회를 중단시키고 징계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교단은 성범죄 목회자가 성급하게 목회를 재개하도록 방치하거나 허락하면 안되고, 성폭력 예방과 처리를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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