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를 찾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이 정 대주교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제공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18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 “사회적 상처가 치유될 수 있는 정치를 펼쳐달라”고 당부했다.
정 대주교는 이날 서울 중구 명동 서울대교구장 접견실을 찾은 김대표와 30분간 환담하는 자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한 부활 메시지를 언급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각국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어떤 사람이든 차별받거나 자신의 존엄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인권과 민주주의를 온전히 존중해 사회적인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하는 정치를 펼쳐달라고 말씀하셨다”며 “종교를 떠나 귀감이 될만한 말씀”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정 대주교는 비공개 환담에서 김 대표에게 지난 12일 수요 일반알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 세계의 정치지도자들이 성 요한 23세 교황의 회칙 <지상의 평화>를 언급하며 “‘평화를 이루려면 자신의 권리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권리도 인정하고 존중해줘야 하고,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 지성의 빛과 성실한 협력으로 같이 대화를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우리 국내 정치 상황 속에서도 이 말씀을 깊이 새기시면서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 참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는 서울대교구 사무처장 정영진 신부와 문화홍보국장 최광희 신부,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 구자근 당대표 비서실장, 김상훈 국회 가톨릭신도의원회장, 양금희 의원 등이 배석했다.
정 대주교는 “지난주 전국 곳곳에 산불이 발생해 현장에도 방문하시는 등 민생을 챙기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삶의 터전을 잃으신 이재민들이나 다른 면에서도 어려운 국민에게 더욱 힘을 많이 써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정 대주교의 부활 메시지를 언급하며 “각자가 주인공인 삶에서 서로 다른 각자의 상호존중 하기보다는 분자화, 고립화되는 것에 대해 안타깝다는 말씀을 하셨다”면서 “우리 정치권에 취약 분야가 아닐까 생각하며 화해, 평화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이어 “모든 종교가 다 그렇지만, 특히 천주교는 어려운 분들, 소외된 분들과 그늘진 곳에 큰 역할을 해주셨다”며, “현실은 어렵더라도 종교계의 모범을 정치계에서도 본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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