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훈 신부 징계성 발령 반발
문정현 신부 항의기도 동참도
문정현 신부 항의기도 동참도
삼성 비자금 폭로를 주선했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사제단) 대표 전종훈 신부가 3년 연속 징계성 안식년 발령을 받은 사실(<한겨레> 17일치 1·5면)이 알려지면서, 평신도들 사이에서도 인사권자인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의 처신이 현명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평신도들은 이번 인사 등에 항의해 지난 10일부터 명동성당에서 1인 기도를 하고 있는 문정현 신부를 찾아와 함께 기도를 하기도 했다.
문정현 신부의 1인 기도가 알려진 지난 17일 10여명의 신도들이 명동성당을 찾아왔다. 이날 성당을 찾은 ㅂ씨는 “사제들에겐 교구장의 명령에 순응하는 것이 원칙으로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문 신부님께서 불의에 저항해 소리없이 기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적은 힘이나마 보태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문 신부의 기도는 최근 보수적으로 변해가는 한국 천주교에 자성을 촉구하기 위해 시작됐다. 지난 5월 사제단의 단식농성 때 벌어진 일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사제단은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전국사제 단식기도회’를 열었는데, 농성자들은 “명동성당 관계자들이 성당 진입을 막고, 사제들을 향해 욕설을 하고 물을 뿌렸다”고 반발한 바 있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 사무국장은 “문 신부께서 전 신부의 안식년과 4대강 단식 기도회 사건을 매우 안타까워 하셨다”며, “문 신부께선 ‘신부의 기도도 막아서는데, 사회적 약자가 도움을 청하면 얼마나 매몰차게 굴겠느냐. 이게 한국 교회의 자화상’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가톨릭계 인터넷언론 ‘지금여기’(cafe.daum.net/cchereandnow)에는 전 신부의 안식년 발령을 두고 “정 추기경께 실망했다”는 등의 글이 많이 올라왔다. 아이디가 ‘대철베드로’인 한 신도는 “일흔일곱 번이라도 용서를 하라는 성경의 말씀은 정 추기경에게 어리석은 말이 된 지 오래됐다”고 꼬집었다.
한편 교황청에서 교구장 정년으로 권고하고 있는 나이(만 75살)를 넘어선 정 추기경(78살)의 교구장 임기와 관련된 논란도 벌어졌다. 신자들은 윤공희(광주대교구), 김창렬(제주교구) 교구장 등 역대 교구장들이 대부분 만 75살을 전후해 퇴임했고, 김수환 추기경 역시 만 76살에 서울대교구장직을 사임했다고 지적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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