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한 영성공동체에서 수행하고 있는 법화
[짬] 주목받는 영성가
법화
법화
서른 넘어 티베트·북미 등 떠돌며
세계적 영성지도자 가르침 받아
“한명의 정신적 지도자 시대 지나
모두가 미륵 부처 되는 세상 왔다” 그는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성장했다. 청년시절 겪은 80년 광주민주화운동은 그에게 많은 영향을 줬다. 세상과 주변에 대한 분노는 자신의 내면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다. 대학을 중퇴하고 지리산에 들어갔다. 초록이 물든 지리산의 어느 날,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한마리 나비의 팔랑거리는 가벼운 움직임에 자기 자신이 해체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자신을 지배하고 속박했던 온갖 관념이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산에서 내려온 그는 전국의 명산을 떠돌다가 30대 중반부터 전세계를 향해 나갔다. 네팔과 티베트, 인도, 캐나다와 미국, 남미대륙의 자연을 떠돌며 현지의 영성지도자들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특히 티베트의 고승들로부터는 ‘전생에 린포체(티베크 불교의 고승)였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가 명상하던 중 나타난 수행 동굴을 설명하니 “그곳은 고승들만 수행하는 전설의 수행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티베트 불교의 고승인 라마 조파 린포체에게 한동안 수행을 배웠고, 부처의 진신사리와 티베트 불교의 고승 사리를 전시하기 위해 세계 60여개국을 순회하기도 했다. 한때 달라이 라마에게 직접 수행을 배우기도 했다. 법화의 ‘나 자신은 누구인가’라는 의문을 풀기 위한 수행은 인디언이 사는 북미대륙과 남미대륙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인디언의 영적인 지도자인 라코타 다코타 종족의 그레이 베어(회색곰·사람이름)에게 오랫동안 수행을 배우기도 했다. “세계 50여개국을 바람처럼 떠돌았어요. 한곳에 정착하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며 정신수행을 했어요. 그야말로 정처없이, 영적인 흐름을 따라서….” 그래서 그는 “이제는 예수나 석가모니처럼 위대한 한 명의 정신적 종교지도자가 대중을 이끌어가는 세상은 지났다. 우리 모두가 미륵 부처가 되는 세상이 왔다”고 말한다. 그런 정신수행의 중심에 한국의 자랑스런 전통문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인디언의 정신은 철저히 자연과 하나됨입니다. 내가 자연의 일부라고 여기는 거죠. 그래서 나보다는 자연이 우선입니다. 반면 티베트의 전통적인 정신세계는 끊임없이 자신의 내면을 성찰합니다. 마음과 외부 사물세계가 둘이 아니라고 봅니다. 지나치게 내면에 집중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문화는 자연과 나의 조화를 중시합니다. 특히 동학의 인내천 사상은 정말 세계에 전해야 할 우리의 위대한 메시지입니다.” 법화는 그런 자신의 주장을 몇가지 예를 들어 설명한다. “국악은 서양음악처럼 정교한 악보가 없어요. 그래서 항상 같은 소리가 나지 않아요. 그때그때 분위기와 연주자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나더라도 ‘정답’입니다. 다양한 악기가 결국은 하나의 화음을 냅니다. 굿할 때 동원되는 악기들도 처음엔 각자 소리를 내지만 조금 지나면 하나의 하모니로 묶어집니다. 얼마나 놀라운 우리 문화와 정신세계의 힘인가요?” 그는 지난 7월 북미 인디언들의 ‘선댄스 세리머니’에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집행자로 초청받았다. 중앙의 ‘생명나무’에 연결된 밧줄의 끝을 가슴 살갗에 걸고 춤을 추는 영적 의식이다. 법화의 명상 인도는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명상 인도를 할 때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내면 깊숙이 숨어 있는 상처를 찾아내고 치유한다. “가난은 우주가 준 풍요로운 선물인가?”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 “저는 아직 한번도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지갑도 비어 있고요. 하지만 가난이 저에게 준 정신적 풍요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배로운 것입니다.” 석양에 지는 해를 지긋이 바라보며 제주 함덕 해안가 잔디밭에서 명상에 들어간다. 평온하기 그지없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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