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의 신변보호 요청을 논의할 조계사 화쟁위원회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총무원에서 열려 위원장인 도법 스님(맨 왼쪽)과 참석자들이 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위원회는 이날 한 위원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당사자, 정부와 함께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지혜로운 길을 모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한상균 위원장 계속 보호 뜻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픕니다.”
도법 스님의 첫마디에 19일 오후 조계종 화쟁위원회의 결과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숨을 죽였다. 지난 16일 조계사로 피신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전날 공식적으로 조계종에 신변보호 및 화쟁위원회의 중재를 요청하며 조계종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 터였다.
이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 생명평화법당 앞에 화쟁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선 도법 스님은 “부처님은 고통받는 중생을 끌어안는 것이 붓다의 존재 이유라고 하셨다”며 “화쟁위원회 또한 붓다의 삶을 따라 오늘 세상을 태우고 있는 불을 끄고, 고통받는 중생을 끌어안는 것을 소명으로 삼고 있다”고 전제했다.
도법 스님은 이날 화쟁위원회에서 △한 위원장이 요청한 중재 내용이 무엇이고 △각계각층의 의견이 어떠한 것이고 △사회갈등이 해소되기를 바라는 국민의 바람이 무엇인지를 살펴가면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지혜로운 길을 모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조계종 관계자는 “‘모색’이라는 표현은 적극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는 화쟁위원인 스님 5명과 재가위원 1명, 기획위원과 노동문제를 담당하는 일부 조계종 집행부 등 모두 12명이 참석했다.
도법 스님은 한 위원장의 신변보호에 대해서는 “이미 하고 있는 상태”라며 “신도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는 것으로 대신한다”고 말해, 한 위원장의 강제 퇴거는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현재 민주노총이 요청한 중재 내용은 아직 구체적이지 못한 상태”라며 “우선 화쟁위원회 위원들이 사건의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했다. 도법 스님은 또 “곧 한 위원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정부 관계자도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3자 회동을 주선할 방침”이라고 했다. 화쟁위원회는 24일 2차 회의를 연다.
민주노총 쪽은 발표 뒤 “신변보호 요청을 받아주신 것에 대해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화쟁위에 어떤 수준으로 중재 요청을 드릴 수 있을지 논의를 거쳐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이 “이미 구속영장이 발부된 범법자를 보호하는 인상을 국민에게 줘서는 크게 대접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조계종은 공식 사과를 요청했다. 조계종은 대변인 논평에서 “서 최고위원의 진중하지 못한 발언은 종교인들을 폄훼하고 나아가 ‘대접받지 못할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까지 한 것은 종교의 가치를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길우 선임기자, 노현웅 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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