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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한상균 위원장, 조계사 은신은 어떻게…그 뒷이야기

등록 2015-12-11 13:46수정 2015-12-11 14:22

조계종 화쟁위원회 도법스님과 면담을 마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 입구에서 도법스님을 배웅한 뒤 합장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조계종 화쟁위원회 도법스님과 면담을 마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 입구에서 도법스님을 배웅한 뒤 합장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전화가 계속 온다. 그런데 받으면 끊었다. 발신 전화번호는 공중전화였다. 몇 차례 그러더니 드디어 발신자가 한마디 했다. “술 한 잔 합니다.” 그리곤 전화를 급하게 끊었다. 누군지 목소리가 익숙하다. 수배자이다. 아마도 도청을 걱정한 탓에 공중전화를 이용하고 급하게 끊었을 것이다.

어디에서 마시자는 것일까? 이미 그는 6개월 전에 수배령이 내렸고, 최근 도심 대규모 시위 주동자로 경찰이 눈에 불을 밝히고 추적하고 있는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이었다. 이미 해는 저물어 어두웠다. 서울 어딘가 경찰을 피해 도망 다니고 있을 그에게 동정심이 간다. 전화를 받은 조계종 한 관계자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어디에서 만나자는 것일까? 분명히 낭떠러지에 몰리고 있을 터인데 어디 잠잘 곳이나 있을까?

순간 떠오르는 장소가 있었다. 급하게 택시를 타고 서울 한가운데 있는 조계사로 갔다. 이미 시간은 밤 10시. 조계종 경내는 어둠에 휩싸여 있었고, 늦게 예불을 올리는 대웅전에서만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대웅전에 들어섰다. 대웅전 경내 한복판에 그가 앉아 있었다. 아무도 대동하지 않고 혼자 허리를 펴고 앉아 부처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는 웬일 입니까?” 그는 머뭇거리다가 한마디 했다. “피신하러 왔습니다.”

순간 조계사 관계자는 수많은 이미지가 머리에 떠올랐다. 조계사 경찰 진입. 무력 구인. 대웅전이 밟힌다. 하지만 그에게 쉽게 나가라고 할 수 없었다. “잠깐 기다리시죠.” 그 관계자는 조계종 고위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보고했다. 그 고위관계자도 이야기를 듣고 크게 긴장했다. 잠시 뒤에 그 고위 관계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미 들어왔는데 어떻게 내보낼 수 있나? 쉴 곳으로 모시게.”

이미 시간은 밤 11시가 됐다. 대웅전 관계자는 문을 닫는다며 나 갈 것을 재촉한다. 둘은 경내 관음전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때 경찰은 한 위원장이 조계사 경내로 들어간 것을 알아챘다. 형사들이 조계사로 내달렸으나, 쉽게 그를 연행할 수 없었다. 그렇게 수배중이었던 한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조계사로 스며들었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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