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인도 요가의 성지인 리시케시 위 갠지스 강가에 있는 요가 아슈람에서 열린 요가 코스에 참여한 때였다. 세계 각지에서 온 40여명이 2주간의 치열한 요가 수련을 끝낼 무렵 헤어지기가 아쉬워 밤에 갠지스강 모래사장에서 모닥불을 피워 놓고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미국이나 독일, 영국, 프랑스 등에서 온 이들은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어울려 전통극이나 공연을 보여주었다. 어쩌면 즉흥적으로도 전통극과 전통악기 연주를 저렇게 잘할 수 있는지 부럽기만 했다. 몸 수련자들이라서인지 공명을 불러오는 화음이 이어졌다. 이들 틈에서 한국인 외톨이가 마지막 공연자로 나섰는데 달리 할 줄 아는 것도 없어서 늘 산행길에서 흥얼거리던 민요 ‘물레야 물레야’를 불렀다. 그런데 노래가 끝났는데도 박수도 없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정적과 침묵이 흘렀다. 그런데 누군가는 눈물을 훔치고, 누군가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이어 너나없이 모두가 다가와 포옹을 하며 “뭔가 깊은 아픔이 풀려나가는 것 같다”거나 “이렇게 영적인 느낌의 노래는 처음”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선 산에서 나무를 하거나 밭을 매거나 일을 하면서 흥얼거리는 민요가 가사도 모르는 이국인들의 심금을 울리고, 힐러를 자처하는 요기들까지 힐링시킬 수 있다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김영주 의원과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사장 정성숙) 주최로 ‘전통공연예술 진흥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정책토론회란 보통 주최 측만 있고 방청객이 없이 진행되기 마련인데 이날은 300여명이 빼곡히 들어차 3시간 반이나 열기를 뿜었다. 토론회에선 근현대 서양음악과 공연에 아웃사이더로 밀려나 안방을 내준 전통공연계의 한이 터져 나왔다. 전체 영화·연극·뮤지컬·대중음악·미술전시회 등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에서 전통예술 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이 7.6%(2016년)에 불과하다니, 이들의 소외감이야 말할 나위가 없다. 전통은 서양교육 위주의 교육 현장에서부터 오래도록 소외되었다. 정부 예산도 전통적인 문화재 복원 보수 유지엔 연간 5천억~6천억원을 쏟아붓지만, 전통 소프트웨어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전통은 우리 일상이 아닌 민속촌이나 박물관, 혹은 향토축제에서나 볼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지난 6월 충남 논산 양촌면 오산리 대둔산 자락 풍류도예술원에서 열린 전국생태마을공동체네트워크 공동체 축제에선 길놀이가 장관이었다. 길놀이가 무르익어가자 강 건너 불구경하던 구경꾼들도 흥을 주체하지 못해 너도나도 북과 꽹과리, 징을 들고 두들기며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우리 음악은 공연자와 관람자나 나누지 않고, 주저하는 마음들까지 공연에 참여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 누구나 함께하며 내적인 한을 쏟아내면서 치유케 하는 것이다. 그 예술원에선 청소년들이 온종일 북을 두드리며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있었다. 전통음악으로 내적인 기운을 폭발시키는 풍류도예술원의 신현욱 원장은 방탄소년단이 공연을 준비하고 데뷔했던 일지아트센터 원장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이 전세계 아미를 열광시키는 것은 그들의 음악에 위로하고 치유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에도 스며져 있는 우리 전통음악엔 강력한 치유의 힘이 내재해 있다. 경쟁사회에서 미쳐버릴 것 같은 트라우마와 공황장애, 우울증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에겐 직접 북 치고 장구 치고 꽹과리를 두드리며 소리를 질러대는 것만큼 좋은 치유책도 없을 것이다.
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