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교단 대전서노회에서 출교 및 목사 면직처분을 당한 허호익 전 대전신학대 교수
한국개신교 최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대전서노회가 동성애 관련 발언을 문제 삼아 허호익 전 대전신학대 교수를 면직 및 출교 조처를 한 것을 둘러싸고 교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통합 대전서노회 재판부는 최근 허 교수가 쓴 <동성애는 죄인가: 동성애에 대한 신학적, 역사적 성찰>(동연, 2019)이라는 책과 장신대 강의 및 외부 특강의 일부 내용을 문제 삼아 목사 면직과 출교조치를 내렸다. 이는 교단 재판부가 내릴 수 있는 가장 강한 처벌이다.
이에 대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는 26일 논평을 내어 “허 교수는 교계에서 논란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성 소수자에 관한 학문적 연구와 논의를 이끌어 온 신학자로, <동성애란 죄인가>는 소수자에 대한 보편적 관점과 역사 자료를 소개한 보기 드문 신학적 역작”이라며 “성 소수자에 대한 학문적 연구조차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 통합 교단 총회의 헌법 정신이냐”고 꼬집었다.
인권센터는 이어 “지난 2018년 ‘국제 성 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무지개 퍼포먼스를 했다는 이유로 장로회신학대 학생들이 징계당한 바 있고, 2019년 인천 퀴어문화축제에서 성 소수자 축복식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기독교대한감리회 이동환 목사가 현재 종교 재판을 받는 등 교계에 ‘혐오의 광풍’이 불고 있다”고 비판했다.
허호익 교수에 대한 예장통합 대전서노회 재판국의 처분 결정문
허 교수의 모교인 연세대 신과대 동문회도 성명을 내어 “노회 재판국의 판단은 동성애를 반대하지 않으면 동성애에 찬성한다는 단순 이분법으로, 최소한의 지적 성찰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허 교수는 동성애를 신학적으로 수용한 ‘퀴어 신학’을 이단으로 못 박고 배척할 것이 아니라, 신학적 다양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동문회는 또한 “허 교수는 동성애자를 정죄하기에 앞서 그들의 구원과 치유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선포한다는 총회 지침을 충실히 지켰다”며 “그런데도 재판국은 저서와 공개 강연의 전체 맥락과 입장은 무시하고 왜곡해 법리와 상식을 벗어난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도 이날 낸 성명에서 허 목사에 대한 징계를 비판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학문의 자유마저 빼앗는, 중세시대로의 복귀를 선언하는 독선적 위협”이라며 “앞으로도 교단 권력이 ‘목사 면직’이라는 칼을 들고 목회자를 옥죄고, 굴복시키는 도구로 계속 활용할 것이라 우려돼 개탄스럽다”며 허 목사에 대한 판결 철회를 촉구했다.
허 교수는 연세대 신학과와 장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연세대 백낙준 명예총장 비서와 그리스도신학대학 교수를 거쳐 대전신학대학교 교수로 일하다 교수직(2017)과 목사직(2018)을 조기 은퇴했다. 소망학술상과 용재 학술상도 수상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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