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영 서울기독교대학교 교수가 지난 20일 학교가 폐쇄한 자신의 연구실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예수 보살’을 가르치려면 불교대학으로 가라!” “이단을 받을 거면 차라리 학교 문 닫아라.”
서울 은평구 신사동의 서울기독대학교 캠퍼스 곳곳에 나붙은 펼침막 문구들이다. 이 학교 신학과 손원영(53) 교수를 겨냥한 것들이다. 심지어 그의 연구실 문에도 조롱하는 내용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지난 20일 오전 손 교수는 문이 잠긴 연구실 앞 복도에 수업용 책상 하나를 가져다 놓고 책을 읽고 있었다. 그가 일주일에 한번씩 벌이는 1인시위다. 그는 “성경과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기에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손 교수 문제는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월 한 개신교 신자가 경북 김천 개운사의 법당에 들어가 불상을 훼손한 사건이 발생했다. 손 교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기독교인으로서 ‘사과의 글’을 올리고, 개운사 돕기 모금운동을 제안했다. 순식간에 100여명이 모금에 동참하는 등 사회적으로는 울림이 컸으나, 학교는 ‘손 교수의 신학 사상이 서울기독대가 속한 그리스도의교회 신앙 정체성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듬해 2월 그를 교수직에서 파면했다. 그는 1999년 서울기독대학교에 부임한 뒤 교무연구처장, 신학전문대학원장 등 주요 보직까지 맡았던 신학자였다.
그즈음 교양학과의 이아무개 교수 등 다른 4명도 다양한 이유로 해직되거나 재임용을 거부당했다. 손 교수를 포함한 이들 5명은 2015년 비리 의혹이 터진 이강평 총장의 퇴진을 앞장서 요구했었다. 학교 안팎에서는 보복 징계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교수와 사회복지학과 문아무개 교수 등 2명도 그동안 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학교는 아직도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
손 교수는 지난해 10월 법정에서 “파면은 무효”라는 최종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학교는 지난 3월 그의 재임용을 거부했다. 이번에는 2018년 12월 불교 사찰인 열린선원에서 손 교수가 “예수님은 육바라밀(여섯가지 수행 덕목)을 실천한 보살”이라고 한 말을 문제 삼았다. 종교 간 대화 차원에서 열린 성탄절 축하 법회에 초청받아 설교하면서 불교 용어로 예수를 찬양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학교 교원인사위는 이것은 “정통 기독교 교리와 맞지 않는 주장”이라며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
서울 은평구 신사동에 있는 서울기독대학교 정문 위 등에 종교 화해를 위해 노력했던 손원영 교수를 비난하는 펼침막들이 걸려 있다.
학교와 달리, 서울기독대학교 학교법인 환원학원(이사장 신조광)은 지난 4월 이사회를 열어 표결로 손 교수에 대한 재임용을 결정했다. 그러나 학교는 여전히 연구실 문조차 열어주지 않은 채 이사회 결의가 일방적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학교 고위 관계자는 30일 “손 교수의 신학은 학교의 보수적인 분위기와 맞지 않아서 재임용이 거부된 것이며, 인사위가 제청하지 않은 교원의 임용을 이사회가 결정한 것은 무효”라고 말했다.
손 교수가 이강평 총장 등을 상대로 낸 ‘(업무)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은 지난 29일 법원에서 이사회 결정의 절차 논란 등의 이유로 기각됐다. 손 교수는 “일부 개신교도가 타 종교 시설을 훼손하는 범죄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는데도 어떤 기독교 기관에서도 발언하지 않는 것을 보고 신학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나섰던 것이다. 이런 일을 되레 문제시하고 있으니 학교 이미지도 나빠지고, 얼마 전 남양주 수진사 건물 방화 등 일부 기독교 신자들의 일탈행위도 다시 일어나는 것 같아서 착잡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5월 서울기독대학교에 대한 감사를 벌여 횡령과 입학 부정 등의 혐의로 이 총장에 대한 파면을 재단에 요구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재단은 교육부 요구에 응하지 않았으며, 그에 대한 검찰 수사도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글·사진 김종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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