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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종교 화해 앞장섰다가 파면 이어 재임용 거부당해

등록 2020-10-31 09:18수정 2020-10-31 18:01

[토요판] 커버스토리
서울기독대학교 손원영 교수

‘개운사 훼불’ 모금운동 제안 뒤
“정체성 안 맞다”며 학교서 쫓겨나
검찰 고발된 총장은 아직 건재
손원영 서울기독교대학교 교수가 지난 20일 학교가 폐쇄한 자신의 연구실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손원영 서울기독교대학교 교수가 지난 20일 학교가 폐쇄한 자신의 연구실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예수 보살’을 가르치려면 불교대학으로 가라!” “이단을 받을 거면 차라리 학교 문 닫아라.”

서울 은평구 신사동의 서울기독대학교 캠퍼스 곳곳에 나붙은 펼침막 문구들이다. 이 학교 신학과 손원영(53) 교수를 겨냥한 것들이다. 심지어 그의 연구실 문에도 조롱하는 내용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지난 20일 오전 손 교수는 문이 잠긴 연구실 앞 복도에 수업용 책상 하나를 가져다 놓고 책을 읽고 있었다. 그가 일주일에 한번씩 벌이는 1인시위다. 그는 “성경과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기에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손 교수 문제는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월 한 개신교 신자가 경북 김천 개운사의 법당에 들어가 불상을 훼손한 사건이 발생했다. 손 교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기독교인으로서 ‘사과의 글’을 올리고, 개운사 돕기 모금운동을 제안했다. 순식간에 100여명이 모금에 동참하는 등 사회적으로는 울림이 컸으나, 학교는 ‘손 교수의 신학 사상이 서울기독대가 속한 그리스도의교회 신앙 정체성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듬해 2월 그를 교수직에서 파면했다. 그는 1999년 서울기독대학교에 부임한 뒤 교무연구처장, 신학전문대학원장 등 주요 보직까지 맡았던 신학자였다.

그즈음 교양학과의 이아무개 교수 등 다른 4명도 다양한 이유로 해직되거나 재임용을 거부당했다. 손 교수를 포함한 이들 5명은 2015년 비리 의혹이 터진 이강평 총장의 퇴진을 앞장서 요구했었다. 학교 안팎에서는 보복 징계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교수와 사회복지학과 문아무개 교수 등 2명도 그동안 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학교는 아직도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

손 교수는 지난해 10월 법정에서 “파면은 무효”라는 최종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학교는 지난 3월 그의 재임용을 거부했다. 이번에는 2018년 12월 불교 사찰인 열린선원에서 손 교수가 “예수님은 육바라밀(여섯가지 수행 덕목)을 실천한 보살”이라고 한 말을 문제 삼았다. 종교 간 대화 차원에서 열린 성탄절 축하 법회에 초청받아 설교하면서 불교 용어로 예수를 찬양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학교 교원인사위는 이것은 “정통 기독교 교리와 맞지 않는 주장”이라며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

서울 은평구 신사동에 있는 서울기독대학교 정문 위 등에 종교 화해를 위해 노력했던 손원영 교수를 비난하는 펼침막들이 걸려 있다.
서울 은평구 신사동에 있는 서울기독대학교 정문 위 등에 종교 화해를 위해 노력했던 손원영 교수를 비난하는 펼침막들이 걸려 있다.

학교와 달리, 서울기독대학교 학교법인 환원학원(이사장 신조광)은 지난 4월 이사회를 열어 표결로 손 교수에 대한 재임용을 결정했다. 그러나 학교는 여전히 연구실 문조차 열어주지 않은 채 이사회 결의가 일방적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학교 고위 관계자는 30일 “손 교수의 신학은 학교의 보수적인 분위기와 맞지 않아서 재임용이 거부된 것이며, 인사위가 제청하지 않은 교원의 임용을 이사회가 결정한 것은 무효”라고 말했다.

손 교수가 이강평 총장 등을 상대로 낸 ‘(업무)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은 지난 29일 법원에서 이사회 결정의 절차 논란 등의 이유로 기각됐다. 손 교수는 “일부 개신교도가 타 종교 시설을 훼손하는 범죄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는데도 어떤 기독교 기관에서도 발언하지 않는 것을 보고 신학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나섰던 것이다. 이런 일을 되레 문제시하고 있으니 학교 이미지도 나빠지고, 얼마 전 남양주 수진사 건물 방화 등 일부 기독교 신자들의 일탈행위도 다시 일어나는 것 같아서 착잡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5월 서울기독대학교에 대한 감사를 벌여 횡령과 입학 부정 등의 혐의로 이 총장에 대한 파면을 재단에 요구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재단은 교육부 요구에 응하지 않았으며, 그에 대한 검찰 수사도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글·사진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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