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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조계종 사태’ 촉발 서의현, 26년만에 복권·대종사 추대 논란

등록 2020-11-11 19:39수정 2020-11-11 19:50

94년 3선 연임 시도하다 반발 부닥치자 조폭동원 ‘법난’ 불러
당시 승적 영구 박탈 ‘멸빈’ 처분…올해 종단 심사서 번복
노조·불자회의 등 “94년 종단개혁 무력화 처사” 비판 쏟아져
서의현 전 총무원장. 사진 <한겨레> 자료
서의현 전 총무원장. 사진 <한겨레> 자료

1994년 조계종 개혁 당시 멸빈(체탈도첩) 징계를 받고서 승적이 영구 박탈됐던 서의현(속명 서황룡) 전 총무원장이 26년 만에 조계종 승적을 공식 회복한 것으로 알려져 종단 안팎의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 노조는 11일 성명을 내어 “최근 서의현 전 총무원장의 분한심사를 통해 승적 회복을 조용히 처리한 것은 경악스러운 사건이며, 94년 종단개혁과 사부대중을 기만하고 능멸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서 전 원장은 1986년 조계종 총무원장에 취임했다가 1994년 3선 연임을 강행하던 중 종단개혁 세력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혀 94년 종단개혁을 촉발한 인물이다. 그해 3월30일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3선 연임에 반대하는 스님과 신도들이 총무원으로 몰려들자 서 전 원장은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제압에 나섰고, 양쪽의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이후 이를 진압하기 위한 공권력이 사찰 안에 투입되는 법난이 벌어졌다.

서 전 원장은 총무원장 선거에서 3선에 성공했지만 4월10일 열린 전국승려대회에서 멸빈이 결의되고, 사흘 뒤 종단 원로회의에서 이를 확인하며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총무원장직에서 사퇴했다. 이후 종단개혁을 위해 본격 출범한 '개혁회의'는 서 전 원장에 대한 멸빈 결의를 따라 승적을 삭제했고, 그해 6월 열린 초심 호계위원회에서도 멸빈의 징계가 내려졌다. 징계사유는 △ 총무원장 의무 규정 및 금지규정 위배 △종단 및 승려 명예훼손 △파행적 종무행정 등 해종 행위였다. 서 전 원장은 당시 초심 호계위의 결정에 대해 재심을 신청하지 않아 징계가 확정됐는데, 그해 7월1일 종단 기관지인 불교신문에 징계 사실 공고가 났다.

하지만 그는 승적이 박탈된 지 21년 만인 2015년 5월 “당시 징계 의결서를 받지 못했다”며 돌연 재심을 신청했고, 속전속결로 진행된 재심에서 ‘공권정지 3년'으로 징계수위가 대폭 낮아졌다. 당시 재심 결정이 뒤늦게 종단 안팎에 알려지자 멸빈자는 복권할 수 없도록 한 종헌을 위배한 ‘초법적 판결'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처럼 반발이 커지자 총무원과 교육원, 포교원 등 조계종 3개 종무기관은 재심 판결을 이행하는 후속 행정절차를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고, 이어 승려와 재가자들이 공의를 모으는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사부대중위원회' 등이 열려 재심 결정이 무효라는 입장을 거듭 확인하며 혼란은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조계종은 10년마다 모든 소속 승려의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인 ‘승려 분한(分限)' 신고를 받고, 이를 통해 승려로서 자격에 문제가 없는지 심사하게 된다. 서 전 원장은 올해 분한신고 신청서를 냈고 종단은 심사를 거쳐 그의 승적을 복원해준 것으로 보인다. 앞서 노조는 서 전 총무원장에 대한 승적 회복 움직임이 알려지자 지난 6월에 입장문을 내어 “26년 전 멸빈의 징계를 받은 서의현 전 총무원장은 분한신고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1994년 4월 10일 조계사에서 열린 전국승려대회에 참석한 승려들이 서의현 총무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곽윤섭 기자
1994년 4월 10일 조계사에서 열린 전국승려대회에 참석한 승려들이 서의현 총무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곽윤섭 기자

이번 사태에 대해 노조는 “현 총무원장 원행 스님에게 승적을 향유하고 있지 않은(승려 분한신고 시행령 제2조) 서의현 전 총무원장의 분한신고 처리방침을 밝혀 주실 것을 요청했으나, 공개 질의에 침묵하다가 결국 몰래 분한신고 처리 완료로 대답을 대신했다”며 “94년 종단개혁은 구체제에 대한 전면적인 저항이자 제도 개혁과 인적청산의 과정이었고, 서의현 전 총무원장은 인적청산의 상징적 인물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는 “현 (총무원) 집행부의 서의현 전 총무원장에 대한 승적 처리는 종헌종법을 부정하고 개혁 정신을 훼손한 것이며, 종도를 기망하고 시대적 요구에 눈 감아 버린 조치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불자회의 추진위원회도 “지난 7월 불법적인 선본사·연주암의 직영 사찰 해제와 더불어 서의현의 승적을 다시 살리려는 것은 94년 종단개혁 이전으로 회귀하는 반역사적인 행위이며 사부대중을 기망하는 것”이라며 “서의현에 대한 승적을 회복시키려는 행위는 자승 강남총무원장과 서의현과의 오래된 정치 거래로, 2015년 서의현의 재심호계원 재심 판결 사건의 연장선에 있으며, 2015년 당시 자승 총무원장을 비롯해 교육원장·포교원장 명의로 행정처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 얼마나 기만적인 행위인지를 증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총무원은 서 전 원장에 대한 승적 복원과 함께 그를 조계종 비구승의 최고 법계인 대종사(大宗師) 후보로 올려 비난이 가중되고 있다. 5일 개회한 조계종 정기 종회에는 대종사 법계 후보로 스님 23명에 대한 동의안이 제출됐는데, 후보에 사이에 서 전 원장 이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구승들의 법계는 총 6단계로 대종사가 가장 상위를 차지한다. 대종사 자격은 승납 40년 이상, 연령 70세 이상의 종사(5단계) 법계를 받은 자로 제한된다.

한편, 총무원이 최근 종단 기관지 불교신문에 게재한 칼럼을 문제 삼아 비구니 중앙종회의원 정운 스님에 대한 징계 동의안을 중앙종회에 발의하면서 94년 개혁 정신이 완전히 실종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운 스님은 지난 8월15일 <불교신문> 논설위원칼럼 코너에서 ‘전국비구니회를 보는 비구스님들의 인식’이라는 글에서 “올해 7월 열린 218회 임시중앙종회에서 비구니 명사 후보 추천권을 부여하는 안을 제출했다가 전국비구니회가 종법기구가 아니라는 이의제기에 부딪혀 안건을 철회했다”며 “전국비구니회가 임의단체라는 것은 자구에만 매달린 편협한 주장이다. 전국비구니회는 사실상 종법기구 역할을 수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1994년 이후 비구니 중앙종회의원 10명을 전국비구니대표단체(전국비구니회 운영위원회)에서 추천하도록 종법에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전국비구니회도 종법기구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운 스님은 이 글에서 “만약 이 현실을 부정한다면 임의단체에 불과한 우리 종단에 부여한 전통사찰 보존법상 권한도 무효라는 주장에 동조하는 격이 된다”며 “대한불교조계종은 임의단체이지만 전통사찰이 소속된 현실상 상급기관임을 인정해 현상 변경 시 반드시 종단대표자 승인을 받도록 전사법에 명기했다”고 주장했다.

이 칼럼으로 종단 내에 논란이 일자 정운 스님은 10월21일자 <불교신문> 광고면을 통해 ‘사과의 말씀’을 게재했다. 그런데도 일부 중앙종회의원들은 “전국비구니회가 임의단체라는 주장에 대한 반론이었다 하더라도 ‘대한불교조계종도 임의단체’라고 한 주장은 조계종 위상을 격하시킨 것”이라며 처벌을 추진하고 있다. 노조는 이에 대해 “중앙종회는 종단 대의기구로서 승가 전체의 지혜를 모으는 공의의 장”이라며 “중앙종회가 종헌종법에 근거해 투명하고 상식에 맞는 종단운영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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