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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신자수 감소에 코로나 타격…개신교 목사 ‘겸직 허용’ 확산

등록 2021-05-20 19:31수정 2021-05-21 02:32

2018년 3월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개신교 목회자 수천명이 모인 가운데 국가조찬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8년 3월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개신교 목회자 수천명이 모인 가운데 국가조찬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개신교단들 사이에서 겸직이 금지된 목회자가 다른 직업도 겸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목회자 대량 양산과 교회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된데다, 코로나19 사태로 이른바 상가교회, 골목교회 등 미자립교회 목사들의 생계유지가 더욱 어려워진 데 따른 변화다.

예수교대한성결교회(예성)는 최근 정기총회에서 목사직 이외 다른 직업을 겸할 수 있도록 교단법을 개정했다. 목회자 이중직 금기를 깬 것이다. 예성의 이상문 신임 총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교단이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지 못하고 있다”며 이중직 허용 배경을 밝혔다.

실제로 교회 출석 신자 수가 적은 미자립교회 목사들은 택시 기사, 대리운전, 우유 배달, 학원 강사, 정수기 판매, 서비스업, 물류센터나 건설 현장의 막노동, 택배 등으로 생계를 잇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총회장은 “이미 목회 이외에 다른 직업을 가진 목회자들이 많은 현실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도 올해 총회에 미자립교회 목회자에 한해 다른 직업을 겸직할 수 있는 법안을 상정했다. 기성에서는 2년 전 목회자 이중직 허용 법안이 상정됐으나 부결된 바 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이중직 목회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내놓은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도 목회자 이중직 허용을 검토 중이다. 감리회의 이철 감독회장은 지난해 취임사에 이어 지난 5~6일 열린 감독회의에서도 목회자 이중직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신교 최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예장합동)과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예장통합)도 목회자 이중직을 받아들이는 추세다. 예장합동은 2016년 총회에서 소속 하부 조직인 노회의 허락을 받고 생계나 자비량 사역을 위해 이중직을 조건부로 허락하는 결의를 내린 바 있다. 예장통합 총회 국내선교부도 2015년 목회자 이중직 관련 연구위원회를 구성해 연구를 진행했다. 예장통합 내 설문조사에선 참여자 109명 중 80명이 이중직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신교계에서는 목사의 이중직을 허용할 경우 목회자 이탈이나 목회 부실이 뒤따를 수 있어 이중직 금지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히 강하다. 그러나 신학교 난립으로 인한 예비 목사 과다 배출, 신자 수 감소, 헌금 감소, 교회 재정 악화, 코로나19 장기화 등의 악재가 심화되는 상태에서, 임대료도 감당하지 못하고 생계를 이을 수 없는 미자립교회 목사들에 대해 이중직 불가 입장만을 고수하기도 어렵다는 현실론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외국에선 이미 상당수 교단들이 목사의 이중직을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남침례교는 매해 이중직 콘퍼런스를 열고, 소속 신학대에서 이중직 인증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또 미국 북미장로교도 교단 산하 신학교들을 대상으로 이중직 목회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미국 복음주의루터교 역시 2000년 이후 이중직을 사실상 허용하면서 이중직 목회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미국 복음주의언약교회(ECC)도 ‘이중직 목사 자격증’을 발급해 1년마다 갱신하도록 하고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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