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빈곤노인기초연금연대 회원과 어르신들이 기초생활수급 노인 기초연금 박탈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에서 청와대까지 행진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기초생활)수급자 돈을 뺏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그냥 뺏기는 겁니다. 이런 나쁜 제도를 만들어 놓고 우리 수급자들이 노령(기초)연금을 달라고 하니까 이중지급이라고 하면서 안 줬습니다.” (70대 김호태씨)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산 지 20년이 되는데, 수급자라고 해서 기초연금을 안 주는 정부가 어디 있습니까. 수급자들도 인간답게 살 수 있게끔, 내년부터는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게끔 노력해 주십시오.” (70대 이충부씨)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을 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들은 받을 수 없습니다. 어르신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겪었고, 힘들어하시는 모습이 아직 생생합니다. 다양한 복지 정책이 쏟아져 나오는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목소리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황은영 사회복지사)
10월2일 노인의 날을 앞두고 기초생활수급자 등 빈곤 노인들이 기초연금 제도를 규탄하는 성토대회를 연다. 참가자들은 노인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월말에 줬다가 다음 달에 되가져 가는 기초연금 삭감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할 예정이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노년유니온 등 21개 단체로 구성된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이하 빈곤노인연대)는 30일 오후 7시30분 쪽방촌 거주 노인, 기초생활수급·비수급 노인 등 수십명이 참가한 가운데 ‘줬다 뺏는 기초연금’ 온라인 성토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현재 소득이 없는 기초생활 수급 노인들은 매달 25일 기초연금 30만원을 수령하지만 다음 달 20일 생계급여를 받을 때 같은 금액(30만원)을 삭감해서 받는다. 2008년 기초노령연금 도입 초기에는 이렇게 지급했다 되가져 가는 금액이 10만원이었지만 기초연금이 20만원(2014년), 30만원(2021년)으로 인상되면서 삭감 금액도 커졌다. 기초연금이 오르면 기초생활비수급 노인들은 인상액만큼 가처분소득이 늘어나지만,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은 기초연금 인상액만큼 생계급여가 삭감돼 빈부 격차가 커진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면서 국회에서도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져 왔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오건호 빈곤노인연대 집행위원장은 “2016년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공약으로 빈곤노인 기초연금 문제 해결을 내걸었으나, 연간 1조 5천억원의 예산이 필요해 기획재정부가 반대하고 복지부는 눈치만 보고 있다”며 “대통령령 개정 사안이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 해결될 수 있다고 믿었던 많은 노인들의 좌절감이 더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기초연금을 아예 신청하지 않는 노인도 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기초생활수급 노인 50만명 가운데 6만명(12%)은 기초연금 신청을 포기하고 있다. 기초연금을 포기하는 기초생활수급 노인의 비율은 2017년 9.8%에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빈곤노인연대는 “해법은 어렵지 않다. 현행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시행령(대통령령)에서 한 단어를 고쳐, 생계급여를 산정할 때 적용하는 소득인정액에서 기초연금을 제외하면 된다”며 “지금도 장애인연금, 장애인 수당, 아동 보육료, 양육수당, 국가유공자수당 등은 소득인정액 계산에 포함하지 않고 생계급여와 별도로 지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성토대회에 참석한 노인들은 “‘포용적 복지’ 주창하며 ‘줬다 뺏는 기초연금’ 방치하는 문재인 정부를 규탄한다. 기초수급 노인에게 생계급여와 별도로 기초연금을 보장하라”라며 “대선 후보들은 ‘줬다 뺏는 기초연금’ 해결을 공약으로 채택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의 노인 빈곤문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오이시디) 가입국 가운데 가장 심각하다. 한국의 66살 이상 은퇴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 50% 이하)은 2019년 기준 43.2%로 오이시디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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