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 회복 이틀째인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원각사 사회복지원각 무료급식소가 열려 노숙인과 저소득 노인들이 도시락을 받아가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해 한해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목숨을 잃은 환자들을 전수조사한 결과 초등학교조차 다니지 못한 고령층 사망자의 비율이 전체 고령층에서 ‘무학’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에 견줘 2배나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저학력·저소득 고령층이 코로나19 감염과 감염 이후 치료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것이라는 우려가 사실로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한겨레>가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센터에 요청해 받은 2020년 코로나19 사망자 전수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한 950명 가운데 60살 이상 고령층이 95.3%에 이르는 90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이들의 비율이 16.5%(149명)였는데, 이는 60살 이상 전체 인구 집단에서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이들의 비율(7.4%)보다 2.2배 높은 수치였다. 초등학교 졸업자를 포함한 ‘저학력’ 사망 노인은 45.3%(410명)로, 전체 인구 집단의 저학력 노인 비율(30.9%)에 견줘 1.5배 높았다. 학업 수준이 파악되지 않은 사망자들도 5.7%(52명) 있었다. 이번 조사는 사망자 발생 때 정부가 작성하는 ‘사망 신고서’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와 국민건강보험 자료가 연결되어 있지 않아 사망자의 소득수준까지 확인할 수는 없으나, 학력과 소득 수준이 강한 상관관계를 갖는 한국에서 이런 분석 결과는 저학력·저소득 고령층이 코로나19 감염과 감염 이후 치료에 더욱 취약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윤 서울대 교수(의료관리학)는 “학력이 사회경제적인 지위를 대변하는 한국에서는 교육 수준이 낮고 가난한 사람이 더 코로나19에 많이 걸리고 더 많이 숨졌는데, 이러한 경향성은 코로나19 사망자뿐 아니라 초과사망자(일정 기간에 통상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준을 넘는 사망자) 현황에서도 나타난다”며 “감염병 피해는 결국 불평등하게 나타났고, 한국 사회는 취약계층인 저학력·저소득 노인을 코로나로부터 보호하는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특히 고령층 사망자의 성별은 여성 452명, 남성 453명으로 비슷했지만, 요양원 등과 같은 사회복지시설에서 숨진 11명 가운데 9명이 여성이었다.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여성이 평균 수명이 높고, 특히 수도권의 80살 이상 여성은 거의 다 시설로 모시는데, 저학력 고령층 여성이라는 (정체성의) 합은 산업화 시대에 자녀들을 양육하고 키웠던 어르신들이 지금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 시설에 보내지고 있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드러낸 것”이라며 “이런 시설은 영세한 곳이 많아 취약한 공간인데, 보호 장치나 제도는 너무 부실했다”고 말했다.
이번 분석 결과를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어려웠던 인구 집단이 희생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역학)는 “정부가 방역수칙을 강조해도 이들 노인들은 사람을 만나야 하고 좁은 공간에서 함께 지내야 하는 이른바 3밀(밀집·밀접·밀폐) 환경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며 “낮은 교육 수준과 저소득층 인구는 코로나19 치료 이후 맞닥뜨릴 수 있는 후유증과 회복 단계에서까지 불평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수준·소득·연령·지역에 따른 코로나19 불평등을 한국 사회가 직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20년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한 기초적인 통계조차 1년이 지나서야 확인된 것에 대한 비판이다. 김윤 교수는 “정부가 자료를 적극적으로 공개하거나 분석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좀 더 심하게는 의도적으로 방치한다고 생각한다”며 “코로나19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예상할 수 없어 지금부터라도 취약계층을 보호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호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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