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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단독] 오세훈표 예산, 코로나에도 노숙인 진료비 예산 10% 깎았다

등록 2021-12-06 15:36수정 2021-12-07 02:35

시 보고서 보니 52억→46억원으로
“진료시설 이용 줄어 삭감” 해명
시민단체 “이용할 병원 감소 탓”
다시서기 서울역희망지원센터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1월10일 밤 서울역 인근 지하도에서 거리 노숙인들에게 핫팩, 빵, 마스크 등을 나눠주며 안부를 묻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다시서기 서울역희망지원센터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1월10일 밤 서울역 인근 지하도에서 거리 노숙인들에게 핫팩, 빵, 마스크 등을 나눠주며 안부를 묻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1. 지난해 12월 노숙인 ㄱ씨는 서울역 광장에서 갑자기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하지만 노숙인 진료시설에 들어갈 수 없었고, 결국 의료시설이 아닌 사회복지시설인 서울시 다시서기 서울역희망지원센터로 이송됐다.

#2. 올해 1월 노숙인 ㄴ씨는 추운 날씨에 발목을 절단해야 할 정도로 심한 동상에 걸렸다. 노숙인 진료시설로 지정된 병원에 병상이 부족하고 응급실이 없다는 이유로 입원치료를 받지 못했고, 나흘이 지나 증상이 급속히 악화된 이후에야 병원에 입원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5차 유행이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 서울시 노숙인 의료지원 예산'이 올해 예산과 견줘 10%가량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감액된 예산 가운데 대부분이 노숙인 진료비에 해당해 감염에 취약한 거처에 머무는 노숙인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한겨레>가 2021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기획단)에서 입수한 ‘2022년 서울시 노숙인 보호 및 자활지원’ 예산 분석 보고서를 보면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 가운데 ‘노숙인 등 의료지원’ 예산은 46억7730만원으로 2021년도 예산(52억1456만원)에서 5억3726만원, 약 10% 감액됐다. ‘노숙인 등 의료지원 예산’은 노숙인 질병 치료와 건강관리 등을 통해 자활 의지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노숙인에게 진료비를 지원하고, 노숙인 무료 진료소의 운영비를 지원하는 데 쓰인다.

내년도 줄어든 ‘노숙인 등 의료지원’ 예산 약 5억4천만원 가운데 대부분인 4억8474만원은 ‘노숙인 진료비’로 책정된 예산이라는 점에서 노숙인들의 건강권의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가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 자료를 보면, 해당 예산 감액 사유로 ‘최근 4개년 평균 집행액 반영’이라고 설명돼 있다. 감액 사유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2018∼2021년(10월 말)까지 4년 동안 지출된 의료비의 평균치를 반영했다는 의미”라며 “코로나19로 노숙인들의 진료시설 이용이 줄어 진료비로 나가는 돈이 점점 줄었는데 예산을 늘릴 수는 없지 않냐, 노숙인 진료시설에서 진료를 아예 못 받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기획단 쪽은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말부터 노숙인진료시설 지정병원 대다수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의료지원 수요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노숙인들의 진료권은 위태로운 상황이다.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서울시장에게 노숙인 인권 보호 대책 마련을 권고한 결정문을 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서울시 종합병원급 노숙인진료시설 9곳 가운데 7곳이 코로나19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병원 4곳에서 노숙인의 입원치료가 일시중지되고, 수술치료 병원도 3곳으로 축소 운영됨에 따라 노숙인 환자가 적절한 의료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올해 서울 목동에 있는 한 병원이 추가 진료시설로 지정됐지만, 이곳도 지난달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안형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지난해와 올해 사례뿐 아니라 최근에도 서울시 노숙인 진료시설로 지정된 병원들 대다수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하면서 홈리스의 적정의료 이용이 제약받고 있다”며 “인권위가 권고한 바와 같이 지정병원이 아닌 민간의료기관을 통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예산을 증액했어야 하지만, 서울시는 진료비를 되레 삭감함으로써 의료공백 사태에 역진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서울시 ‘노숙인 등 의료지원사업 운영계획’을 보면 노숙인은 천재지변과 재난, 응급 및 기타 불가피한 상황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지정된 의료시설에서만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인권위 결정문을 보면 지난해 이런 이유가 인정돼 지정된 의료기관이 아닌 일반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은 노숙인은 10명에 그친다.

기획단은 이런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오는 7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참여연대에서 ‘2022년 서울시 노숙인 보호 및 자활지원 예산’ 분석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기획단은 거리 노숙·쪽방·고시원 등 노숙인들의 인권 보장을 위한 연대 단체로, 매년 동짓날께 노숙인 추모제를 진행한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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