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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유행 악화 땐 2만명 확진”…일상회복 언제 돌아갈지 ‘깜깜’

등록 2021-12-16 16:56수정 2021-12-17 02:33

위중증 급증, 의료대응 한계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 87%
병상 기다리는 환자도 1천명대
“위중증 1600~1800명까지 예상”

일상회복 성급 ‘예견된 실패’
비상조치 기준 세우고도 뭉그적
“독·영, 의료대응 체계 먼저 확충”

“병상·의료대응 역량 정비하고
불안한 재택치료 체계 개선해야”
16일 오전 코로나19 치료 전담 병원인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이 확진자를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코로나19 치료 전담 병원인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이 확진자를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11월1일부터 시작된 단계적 일상 회복을 중단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일상 회복 이전의 방역대책들을 다시 꺼내들었지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현재의 코로나19 유행을 누그러뜨리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16일 발표한 거리두기 강화 방안은 전국적으로 사적모임 인원을 접종완료자(48시간 이내 음성확인자 포함) 4명으로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식당·카페·실내체육시설·유흥시설 등의 영업시간을 9시까지, 영화관·피시(PC)방 등의 운영시간을 10시까지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조치는 오는 18일(토요일) 0시부터 시작해 내년 1월2일까지 16일 동안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유행상황이 잦아들지 않으면 기간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고령층 감염과 중증환자가 예상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발생하며 의료 체계가 한계에 달할 위험에 직면해, 지금 방역을 강화하지 않으면 고령층을 중심으로 다수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3차 접종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병상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위기를 극복하고 일상회복으로 가기위해 2주간 ‘잠시 멈춤'에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16일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7622명이라고 발표했다. 목요일 발표(수요일 집계) 기준으로 가장 많다. 위중증 환자도 989명으로 1천명에 육박하면서 역시 코로나19 유행 이후 가장 많았다. 사망자는 어제(70명)보다 8명 줄어 62명이 나왔다. 누적 사망자는 4518명으로 누적 치명률이 0.83%로 집계됐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전국 코로나19 전담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1.4%(수도권 87%)로, 병상 배정을 기다리는 대기 인원도 연일 1천명을 넘고 있다. 수도권에서만 병원 입원대기 환자가 771명, 생활치료센터 입소대기자 261명 등 총 1032명이 병상배정을 받지 못하고 대기중이다.

방역당국은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유행이 악화하는 경우 이달중 약 1만명, 내년 1월 중 최대 2만명까지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위중증 환자의 경우도 유행이 지속하는 경우 12월에 약 1600∼1800명, 유행이 악화하는 경우 1800∼1900명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6일부터 방역패스 적용 시설을 확대하는 등 ‘특별방역대책’을 도입했으나 코로나19 확산세를 완화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보건의료 체계가 현재의 확진자·위중증 환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됐다는 정부의 분석은 지난달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상 회복을 시작했음을 방증한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독일과 보리스(보수) 정권이 집권하는 영국에서도 국가보건의료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병상 의료체계를 확충한 상황에서 일상 회복을 추진했다”며 “일상 회복의 핵심은 확진자가 일부 늘더라고 치료할 수 있는 의료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이었는데 우리 정부는 이러한 체계를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예견된 실패”라고 말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정부가 비상조치 발동 기준으로 ‘중환자병상 가동률 75%’를 제시하고도 스스로 이를 지키지 않으면서 대응이 늦어졌다고 지적한다. 일상회복지원위원회 방역·의료 분과 위원인 허탁 전남대병원 교수(응급의학)는 “이미 2주 전부터 수도권 중환자 병상가동률이 80%가 넘고, 위험도 평가에서 수도권 ‘매우 높음’, 전국적으로 ‘높음’이 나왔을 때 비상조치를 시작했어야 됐다”고 말했다. 일종의 비상조치 발동이 지연된 결과로 향후 일상 회복을 다시 시작하는 시점도 늦춰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일상 회복을 멈추는 시점이 늦어지면서 결국 다시 일상 회복으로 돌아가는 데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비상조치(거리두기 강화안) 이후 확진자가 줄어든다고 해도 3천명을 웃돌거나, 중환자 병상가동률이 70%대를 유지하면 결국 일상 회복을 다시 시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유행 상황을 보면 언제 다시 일상 회복을 시작할 수 있을지 기약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만시지탄이지만 향후 2주 동안이라도 포화상태에 이른 병상과 의료대응 역량을 정비하고, 재택치료 등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다듬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대 김윤 교수(의료관리학)는 “어떤 환자를 우선 입원시키고 치료할지 효율적으로 결정하기 위해서, 현재 복지부 관료 중심의 병상 운용 체계를 지역단위·전문가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며 “아울러 상담·후송·재택치료키트 지원 등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불안한 재택치료 체계도 안정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호 김지은 박준용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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