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살 성인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자녀 수가 2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한 세대 간 격차도 큰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지난해 10월5일∼12월15일 전국 19∼49살 성인과 배우자 1만4538명을 대상으로 한 ‘2021년도 가족과 출산조사(옛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19∼49살 성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 수는 평균 1.94명이다. 결혼 유무에 상관없이 여성들 응답만 따로 추려보면, 이상자녀수는 1.93명이다. 15∼49살 기혼 성인 가운데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 앞선 조사에서 나타난 이상자녀수는 줄곧 2명 이상이었다. 2015년 2.25명, 2018년 2.16명에 견줘 큰 폭으로 떨어진 셈이다.
미혼 남녀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자녀 수도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미혼 남성의 이상자녀수는 2015년 1.96명에서 2018년 1.88명, 2021년 1.85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미혼 여성의 이상자녀수도 1.98명→1.83명→1.80명으로 꾸준히 감소세다. 이번 조사의 연구책임자인 박종서 보사연 연구위원은 6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2015, 2018년과 비교해 지난해 조사 대상을 보면 70년대생이 빠지고 90년대생인 30대 등 젊은 층이 진입하면서 혼인이나 출산에 대한 필요성이 약화되고, 자녀 평균값도 내려가고 있다”며 “이런 추세에 따라 앞으로 3년, 6년 후 조사에선 이상 자녀수가 더 줄 것”이라고 짚었다.
자녀 필요성에 대한 태도를 보면 연령별 차이가 두드러진다. 19∼49살 성인 응답자 가운데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고 답한 비율은 19∼24살이 43.1%, 45∼49살은 17.5%로 세대 간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처음 실시한 ‘난자 또는 정자 냉동보관 의향’ 질문에서도 전통적인 가치관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난자나 정자를 냉동 보관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가운데 미혼이 14.4%로 기혼(3.5%)과 견줘 4배가량 많았다. 연령별로 보면, 냉동보관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도 25∼29살(13.4%)과 19∼24살(12.9%) 등 젊은층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난자 또는 정자 냉동보관 의향이 결혼 이후의 출산이라는 소위 전통적인 특성이 완화되는 경향과 연관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가족과 출산조사는 3년마다 실시해 온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의 새로운 명칭으로, 2003년 이후 18년 만에 명칭이 변경됐다. 이태수 보사연 원장은 보고서에서 “개인의 다양한 생애 경로를 있는 그대로 포착하기 위해 그동안 이 조사에서 당연하게 전제했던 결혼과 출산의 당위성을 제거하고, 결혼-임신-출산 이행을 연속된 생애 경로로 전제하지 않았다”며 “조사대상 표본을 기존의 기혼여성 중심에서 벗어나 미혼자와 남성을 통합하는 등 조사대상과 내용을 전체적으로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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