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5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송파 ‘세 모녀의 비극적 죽음을 기억하는 그리스도인 연대 회원들’이 정부의 사회 안전망 구축 촉구와 이웃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는 동시에 추모의식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정부가 지난 21일 ‘수원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연일 복지 사각지대 발굴 대책을 강조하는 가운데,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사각지대 발굴을 위해 만든 범부처 기관이 31일 활동을 종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해 지원하는 ‘찾아가는 보건복지 전담팀’(찾아가는 복지팀)을 운영·관리하는 ‘주민복지서비스 개편 추진단’(복지개편단)이 8월31일부로 활동을 종료한다. 대통령 훈령인 ‘주민복지서비스 개편 추진단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 제11조(존속기한)에 따른 조처다. 정부 관계자는 “복지개편단은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사각지대 발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다”며 “찾아가는 복지팀 업무에 공백이 생기지 않을 수 있도록 후속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찾아가는 복지팀은 복지제도를 잘 알지 못해 지원을 받지 못하는 위기가구를 찾아가 필요한 지원을 받도록 안내하는 서비스다. 2016년 보건복지부 ‘읍면동복지허브화추진단’이 사업을 시작했고, 2017년부터 행정안전부가 주무를 맡은 범부처 추진단(현 개편추진단)이 찾아가는 복지팀 설치, 인력 확충과 교육을 총괄했다. 지난 6월을 기준으로 총 3338개 읍면동에 찾아가는 복지팀이 설치돼, 올해 상반기에만 184만4186건의 위기가구 상담을 진행했다.
2017년 10월 정부는 찾아가는 복지팀 1만5490명을 충원한다고 했지만, 지난해 말까지 54% 충원에 그쳤다. 컨트롤타워마저 사라지면 인력 확보나 예산 마련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8년 전 송파 세 모녀 사건으로 지자체별 자체 관리의 한계가 드러나 중앙 단위의 사각지대 발굴 기구를 만든 것이라서,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회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보완 지침을 내려주는 컨트롤타워를 없애면 결국 지자체가 하라는 말인데, 지자체별로 서비스 질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8월26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서 수원 세 모녀의 위패가 화장장으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부는 ‘수원 세 모녀’ 사건 이후 9월부터 발굴 시스템 위기정보를 34종에서 39종으로 확대하고, 건강보험료 장기 연체자 발굴도 검토하는 등 또다시 ‘위기가구 발굴’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위기가구를 찾아갈 인력 충원 대신 ‘에이아이(AI·인공지능) 복지사’를 양성하겠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을 내놨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도 예산안 중 ‘복지사각지대 발굴 관련’ 예산은 올해 4억원에서 내년 36억원으로 800% 늘었는데 이 중 23억5천만원은 에이아이 복지사 개발 비용이다. 위기가구 초기 상담을 인공지능 음성인식 시스템으로 진행하겠다는 구상이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에이아이는 복지 지원 기준에 따라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다층적인 상황을 판단하는 ‘서비스 코디네이터’로서 공공의 역할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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