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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한시적 양육비’ 갚아야 할 비양육자 70%가 월급 0원

등록 2023-03-13 07:00수정 2023-03-13 09:25

여성가족부 연구용역 보고서
“한부모가정 지원 방안 마련해야”
2015년 4월 양육비이행관리원을 방문한 한 시민이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15년 4월 양육비이행관리원을 방문한 한 시민이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혼 뒤 자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비양육자를 대신해 공공기관인 양육비이행관리원(이행원)이 한부모가정에 한시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하는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 제도가 시행 중인 가운데, 이행원이 선지급한 양육비를 갚아야 하는 비양육자 10명 가운데 7명꼴로 월급(월평균 보수액)이 0원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건강하게 성장할 아동의 보편적 권리를 위해 관련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여성가족부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마련한 ‘양육비 채무자의 소득재산 분석 및 제재조치 실효성 강화 연구’ 보고서를 보면, 비양육자 보수월액(건강보험 직장가입자가 회사에서 받는 월평균 보수액)이 0원인 경우는 전체(368건)의 70.1%(258건)를 차지했다. 연구원은 이행원이 비양육자(양육비 채무자)에게 2015∼2021년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 상환을 청구한 사례 가운데 368건을 분석했다. 다만, 이 가운데 6.8%(25건)는 비양육자가 외국인이라는 등의 이유로 소득·재산 조회를 못 했다.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이란, 양육비를 받지 못해 미성년 자녀가 위태로운 한부모가정(양육자)에 이행원이 최대 1년 동안 자녀 1인당 월 20만원을 지원하고 이를 비양육자에게 징수하는 제도다. 이행원에 양육비를 갚아야 하는 비양육자의 경제 상황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비양육자의 2019∼2020년 평균 종합소득금액이 0원인 비율도 전체의 73.9%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에 이자·배당·사업·근로·연금·기타소득이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행원 관계자는 “민사집행법에 따라 압류가 가능한 세후 월소득 185만원 이상을 버는 비양육자 비율이 낮고, 이들 중에 일용직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는 양육비 회수에 영향을 미친다. 이행원이 긴급지원한 양육비를 비양육자에게서 회수한 비율(상환 청구금액 대비 회수금액)은 2018년 2.7%, 2020년 13.9%, 2022년 16.7%로 높아지고 있지만, 1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양육자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양육비가 지급되지 않으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아동의 보편적 권리가 침해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긴급지원 대상 확대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는 양육자가 이행원에 양육비 이행확보 지원(비양육자와의 면접 교섭, 양육비 소송 등 지원) 신청을 해야 하고, 가구소득이 기준 중위소득 75% 이하여야 한다. 또한 생계급여 지원(기초생활 수급)을 받지 않아야 하고, 양육비 지급 내용이 적힌 법원 서류(판결문 등)를 갖고 있어야 하는 등 이들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기초생활 수급 자격이 박탈될까 봐 신청을 주저하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박복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 상황에서는 복지급여 성격을 지니는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도 생계급여와 병급이 가능하도록 규정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수율 제고도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양육자 개인이 비양육자를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정부 차원의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주민등록번호만 조회하더라도 노동자 개인의 양육비 채무 여부를 파악해 급여에서 양육비를 징수할 수 있다”며 “양육비를 철저하게 구상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가부 관계자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 중에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금 환수율 제고 방안을 포함한 양육비 이행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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