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값노동 110만! 돌봄노동자, 노동실태 증언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돌봄노동 단일임금 적용, 요양보호사 표준임금 법제화’를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시설에서 일하는 동료 요양보호사가 최근 치매 어르신 28명을 혼자 돌보는 상황에서 낙상한 어르신을 발견해 조처를 취했지만 징계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일상적인 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고, 계속 문제가 일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재가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이미영씨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돌봄노동자 노동실태 증언대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최근 요양보호사 한 명이 돌보는 돌봄 대상자(수급자) 수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과중한 업무를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민주당 등이 주최한 이날 증언대회에서는 요양보호사, 아이돌보미, 장애인활동지원사 등 돌봄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날 증언대회에 참여한 조길순 시설요양보호사는 “어르신 대비 요양보호사 비율이 2.3대 1로 개선됐지만 여전히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주말에는 목욕이나 프로그램이 없다는 이유로 근무인원을 적게 배치해 요양보호사 한 명이 어르신 13명을 돌보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규정상으로 요양보호사 비율이 개선됐다지만, 현장에선 요양보호사 한 명이 수급자 10명 이상을 돌보는 일이 현장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돌봄 대상자 20명, 요양보호사 13명인 시설의 경우 법에서 요구하는 2.3대 1 비율을 지킬 수 있다. 하지만 요양보호사들이 교대근무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요양보호사 한 명이 돌보는 인원은 이보다 많아지고, 특히 주말이나 연휴, 야간시간대 등에는 한 명이 돌봐야 하는 인원이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최근 정부가 입소자 2.5명당 요양보호사 1명을 두도록 한 기존 방침을 지난해 10월 2.3명당 1명으로 바꿨지만, 현장에선 입소자 인원 대비 요양보호사 수가 여전히 충분치 않다고 토로하는 까닭이다.
정부는 요양보호사 1명당 입소자 수를 오는 2025년 2.1명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행 체계 자체를 개선하지 않으면 업무 과중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혜지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요양보호사 1명당 입소자 수를 2.1명으로 줄여도 현장 상황은 지금과 비슷할 것”이라며 “전체 비율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특정 시간대에 요양보호사 한 명이 돌보는 인원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증언대회에서는 아이돌보미, 장애인활동지원사 등의 돌봄노동자들도 교통비나 초과 노동 등에 대한 임금을 받지 못한 채 불안정 고용 상태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돌봄노동자 124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비정규직이 91.7%에 달했다. 민주노총은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근로계약을 반복갱신하는 관행이 반영된 수치”라고 설명했다. 또 시간제로 일하는 방문 돌봄노동자 월 임금은 월 100만~159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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