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과 교류가 단절된 상태로 어려운 일이 있어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고립된 청년이 100명 가운데 5명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최근 발표한 ‘고립·은둔 청년 현황과 지원방안’을 14일 보면, 19~34살 청년 가운데 고립 청년의 비율은 2021년 기준 5.0%로 조사됐다. 2019년 3.1%에서 2년 사이 증가한 수치다. 고립 청년은 타인과의 유의미한 교류가 없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지지 체계’가 없는 청년을 말한다. 김성아 보사연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필연적이었던 물리적 거리두기는 사회적 관계 양상을 변화시켰다”며 “특히 독립된 성인으로서 삶과 사회 활동을 시작하는 청년들에게 고립의 경험은 지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장년, 노인으로 나이 들어가는 전 생애에 흉터(상흔 효과)를 남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고립 청년 10명 중 4명은 삶에 불만족(매우 불만족 17.2%, 불만족 26.8%)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고립 청년의 경우 ‘불만족한다’는 응답이 23%(매우 불만족 4.7%, 불만족 18.3%)인 것과 견줘 두배 가까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고립 청년은 8%만 삶에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고, ‘약간 만족’한다는 응답도 8.3%에 그쳤다.
고립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외출 빈도가 낮은 이유도 눈에 띄었다. 이들에게 외출을 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주로 답한 게 ‘기타’였는데, 김 연구위원은 “은둔하는 명확한 이유조차 선택하기 어려워서”라고 풀이했다. 뒤를 이어서는 ‘취업이 잘 되지 않아서’ ‘인간관계’ ‘학업 중단’ 등을 꼽았다.
아울러 고립 청년은 교육이나 소득 수준 등에서도 비고립 청년보다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었다. 고립 청년은 고졸 이하 비율이 28.9%로 비고립 청년(16.5%)보다 높았다. 고립 청년의 절반 이상(53.1%)은 지난 일주일간 경제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답해, 비고립 청년(41.5%)과 차이가 있었다. 주관적 소득 수준도 고립 청년은 32.8%가 ‘매우 부족하다’고 답해, 비고립 청년(16.9%)보다 두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고립·은둔 청년은 팬데믹 이후 새롭게 발견된 복지 수요이자 신취약계층”이라며 “이들을 지원하는 사업의 최종 목표는 취약한 상태를 벗어나 지역사회 주민과 어울리면서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풀이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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