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12일 열린 ‘2030에게 듣는다-청년을 위한 국민연금 개혁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저희가 노후 세대가 됐을 때는 국민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기사를 많이 봐서 불안합니다.”(임우진·26)
“평소 2055년이면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고, 미래 세대에게 부담이 전가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손예나·38)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12일 열린 ‘2030에게 듣는다-청년을 위한 국민연금 개혁 토론회’에 참여한 20~30대 5명은 “노후에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는 청년층으로부터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보건복지부 후원으로 진행됐다.
토론회 참여자들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높이는 데 대해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임우진씨는 “나중에 덜 받더라도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안 올렸으면 좋겠다”고 했고, 심재혁(24)씨는 “친구들 사이에선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오르면) 보험료를 내는 것보다 주식이나 개인 투자를 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했다. 이채원(33)씨는 “보험료율은 올리지 않되, 국민연금 유지를 위해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거나 소득대체율을 낮추면 좋겠다”며 “기금 운용을 잘하면 청년 세대와 윗세대 간의 형평성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손예나씨는 “국민연금 수익률을 높이려면 파이가 커져야 하고, 어느 정도 보험료율을 높여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반발을 줄이기 위한 홍보가 더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양재진 연세대 교수(행정학)는 “청년들은 은퇴를 앞둔 윗세대의 연금 지급을 위해 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 상황인데, 과연 윗세대만큼 받을 수 있을지 형평성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양 교수는 “국민연금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2차 베이비부머(1968∼1974년생)가 은퇴하기 전에 되도록 빨리 보험료를 인상하는 게 오히려 이후 세대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우리 인구구조는 항아리형으로 40~50대가 많기 때문에 이들이 은퇴한 뒤 천천히 보험료를 올리면 내는 사람 자체가 얼마 없다”며 “보험료 내는 사람이 많을 때 많이 거둬놔야 하므로 오히려 청년들이 ‘올릴 거면 지금 빨리 올리자. 그래야 나중에 내 부담이 줄어든다’는 입장을 지녀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 교수는 청년 세대의 연금 납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험료율 인상에 상한을 두고, 기금 운용도 더 잘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양 교수는 “스웨덴, 독일, 일본 등 국외에서 청년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가장 일반적으로 채택하는 방안은 보험료 인상률 상한을 법으로 정하는 것”이라며 “연금 지급 시기를 뒤로 미루고, 고령자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안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또 “우리나라 국민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은 1988년 설립 때부터 지난해까지 연 5.11% 수준인데, 이를 6.11%로 올리면 보험료율을 2% 포인트 올리지 않아도 되는 만큼의 효과가 있다. 기금 운용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희원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 기금 소진 때까지 앞으로 30여년간 고민하고 잘 준비해나가면 안정적으로 지급할 수 있다”며 “외국은 보험료율을 올리는 등의 재정 안정화 개혁을 1980년대나 1990년대 이후부터 쭉 해왔고, 우리도 이제 그 과정을 밟아나가야 한다”며 “오이시디(OECD)나 유럽 국가들은 우리보다 많게는 2배 정도 높은 보험료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유 연구위원은 “보험료를 인상했을 때 취약한 분들의 부담이 더 큰데, 현재 여러 보험료 지원 제도가 있고 추가적인 지원 정책들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3월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2055년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복지부는 오는 10월까지 국민연금 개혁 정부안에 해당하는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국회에 제출한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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