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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따로 사는 노인 부부가 증가하면서 노인 학대 가해자 가운데 배우자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15일 발간한 ‘2022 노인 학대 현황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65살 이상 노인 학대 피해자는 6807명으로 지난 해(6774명)보다 0.5% 증가했다. 학대 피해 노인은 여성이 5245명(77.1%)으로 남성 1562명(22.9%)보다 많았다. 전국 37개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이 신고 접수한 1만9552건 가운데 현장 조사를 통해 학대로 판정한 사례다.
지난해 노인 학대 가해자 7494명(피해 노인 1명이지만 2명 이상으로부터 학대를 당할 수 있음) 중에는 피해자의 배우자가 2615명으로 가장 많은 34.9%를 차지했다. 2021년(2455명)보다 6.5% 증가했다. 학대 가해 배우자는 남성이 87.8%(2295명)로 다수였고, 여성은 12.2%(320명)였다. 이어 아들 27.9%(2092명), 노인 입소시설 등 기관 18.2%(1362명) 순이었다. 2020년까지만 해도 가해자는 아들인 경우가 가장 많았지만(2020년 34.2%), 2021년부터는 배우자(29.1%)가 아들(27.2%)보다 많다.
이런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노인 부부 가구 증가가 꼽힌다. 복지부의 2020년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2008년과 2020년 사이 전체 노인 가운데 노인 부부 가구 비율은 47.1%에서 58.4%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자녀 동거 가구 비율은 27.6%에서 20.1%로 줄었다. 실제 지난해 전체 노인 학대 피해자 중 36.2%(2467명)가 노인 부부 가구로, 자녀 동거 가구(29.9%, 2034명)보다 많았다.
이윤신 복지부 노인정책과장은 “노인 부부간 돌봄 부담과 부양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코로나19가 완화되면 바깥 활동을 더 할 수 있어 부양 스트레스나 가족이 오랜 시간 같이 있는 부분이 줄어들면 (배우자 간 학대가) 완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인 배우자 학대가 늘면서 학대 가해자 연령대도 70대 이상이 32.8%(2458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 23.5%(1763명), 60대 18.8%(1407명) 순이었다.
학대 피해의 86.2%(5867명)가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가운데, 지난해엔 노인요양·주거시설 등 생활시설 학대 증가 폭이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생활시설 내 학대 사례는 2021년 536명에서 지난해 662명으로 1년 사이 23.5% 급증했다. 복지부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외출·면회 제한이 풀리면서 그동안 은폐됐던 시설 내 학대 신고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