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한 노인이 폐지를 담은 수레를 끌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기준 66살 노인 10명 중 4명이 빈곤 상태였고, 나이가 많을수록 빈곤율도 더 높았다.
오이시디가 최근 공개한 ‘한눈에 보는 연금 2023’ 보고서를 19일 보면, 2020년 한국 66살 노인 인구 가운데 가처분소득이 전체 인구 기준중위소득의 50% 이하를 뜻하는 빈곤율은 40.4%로, 관련 자료를 제출한 오이시디 37개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오이시디 회원국의 평균 노인 빈곤율은 14.2%로 한국의 3분의 1 정도다. 한국은 오이시디가 회원국들의 노인 빈곤율을 공개한 2009년 이후 해마다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가별로는 한국에 이어 에스토니아(34.6%)·라트비아(32.2%)·리투아니아(27.0%) 등의 노인 빈곤율이 높았다.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는 각각 22.8%, 22.6%였고, 일본도 20.0%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었다. 아이슬란드(3.1%)·노르웨이(3.8%)·덴마크(4.3%)·프랑스(4.4%) 등 북·서유럽 나라들의 노인 빈곤율이 가장 낮은 편이었다.
한국은 전체 연령 빈곤율(15.3%)에 견준 노인 빈곤율 격차도 25.1%포인트로 오이시디에서 가장 컸다. 에스토니아가 18.8%포인트, 라트비아가 16.2%포인트로 한국 다음이었다. 프랑스·그리스·룩셈부르크·노르웨이·스페인 등 5개 나라에선 노인 빈곤율이 전체 빈곤율을 오히려 밑돌았다.
한국의 노인들이 가난한 까닭은 역시 빈약한 연금 때문이다. 오이시디는 한국 노인 중 연금 수령자가 적고 수급액도 부족하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한국의 연금 시스템은 아직 성숙 중이며, (국민연금 가입률 등이 낮았던) 초고령 노인의 연금 수급액이 매우 적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노인 중에서도 76살 이상 ‘후기 노인’의 빈곤율이 52.0%로 66∼75살(31.4%)에 견줘 크게 높았다. 오이시디 평균 66∼75살 빈곤율은 12.5%, 76살 이상은 16.6%였다. 성별로는 한국 여성 노인의 빈곤율이 45.3%로, 남성(34.0%)보다 11.3%포인트 웃돌았다. 오이시디 평균 남녀 노인 빈곤율은 각각 11.1%, 16.5%였다. 보고서는 여성의 연금 수령액이 남성보다 적은 반면 기대수명은 길어, 빈곤율이 높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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