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상 중·고령자 절반은 노후에 갑자기 많은 돈이 필요할 때 도움을 부탁할 사람이 주변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 살거나 소득이 낮을수록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었다.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이 최근 펴낸 ‘중·고령자의 비재무적 노후생활 실태-국민노후보장패널조사(KReIS) 기초분석보고서’를 보면, 노후 시기 ‘갑자기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한 응답자는 50.6%였다. 연구원은 중·고령자의 노후 준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2005년부터 국민노후보장패널조사를 하고 있는데, 이번 보고서엔 지난해 50대 이상 가구원이 속한 5501가구(9168명)를 대상으로 진행한 9차 부가조사(건강·대인관계·여가 등 비재무 영역) 결과를 담았다.
연구원은 △몸이 아플 때 집안일 부탁 △갑자기 많은 돈 빌리기 △낙심하거나 우울할 때 이야기 등 노후에 도움이 필요한 세 가지 상황을 가정해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세 가지 상황 모두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한 응답자는 7.0%였다. 중·고령자 10명 중 약 9명은 몸이 아플 때(87.3%)나 낙심하거나 우울할 때(87.8%)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갑자기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다고 한 이들은 49.4%에 그쳤다.
혼자 살거나 소득이 낮을수록 경제적 도움을 받을 사람이 없었다. 1인 가구 가운데 돈을 빌릴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한 비율은 60.6%로 부부 가구(47.6%)보다 13%포인트 높았다. 소득 하위 20% 그룹에선 돈을 빌릴 사람이 없다는 비율이 60.7%로 소득 상위 20%(37.4%) 그룹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중·고령자 66.5%는 지난 1년간 가장 도움이 됐던 사람으로 배우자를 꼽았다. 다음으로 자녀(26.0%)라고 답한 이들이 많아 가족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일상에서 가장 많이 하는 여가활동은 텔레비전 시청(주중 77.1%·주말 73.0%)이었는데, 집에서 거의 매일 3~4시간 티브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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