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직권조사 등 잇따라 부결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한 직권조사 안건 등 민감한 사안을 잇따라 부결했다.
인권위는 23일 전원위원회를 열어 국가정보원이 한나라당 정두언·남경필·정태근 의원 등 정치인과 민간인을 사찰한 의혹을 직권조사하자는 안건을 논의했지만 찬성이 5명에 그쳐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고 밝혔다. 인권위 안건이 의결되려면 재적위원 11명의 과반수인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 안건 표결에 참여한 9명의 위원 가운데 유남영·최경숙·문경란·조국·장주영 등 5명의 위원이 찬성했으며, 김태훈·김양원·한태식 등 3명의 위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현병철 위원장은 의견을 내지 않았다. 이날 조국 위원은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은 어떤 기준에 의해 판단하더라도 범죄이자 인권침해이며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으로, 인권위가 이 사안에 관여하지 않고 회피한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원안 의결을 주장했다.
인권위는 이날 공직선거법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의견을 내자는 안건과 정보인권 특별보고서 발간에 대해서도 부결 처리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180일 전부터 인터넷 게시판이나 트위터 등에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치적 이슈를 제시하지 못하게 해 지나치게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조차 규정이 불명확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지만 인권위는 이에 대한 의견을 헌재에 제출하자는 안건을 부결했다.
또 인권위가 작성한 정보인권 특별보고서 발간에 대해선 인터넷 실명제와 관련된 논의가 불충분하고, 정보인권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다는 이유로 역시 부결했다. 이 보고서는 정보 사생활보호권과 정보접근권, 온라인에서의 표현의 자유 등을 다루고 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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