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한겨레사회정책포럼이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토론을 펼치고 있다. 왼쪽부터 오건호 내가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고세훈 고려대 교수, 이래경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이태수 복지국가사회복지연대 대표, 신광영 중앙대 교수, 이명묵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 대표,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제4회 한겨레사회정책포럼
‘2012 대선, 복지국가운동의 갈길’
‘2012 대선, 복지국가운동의 갈길’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소장 이창곤)는 지난 24일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복지국가사회복지연대·복지국가소사이어티·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 등 4개 복지관련 시민단체와 함께 ‘다가오는 대선, 복지국가 운동의 길’이라는 주제로 제4회 한겨레사회정책포럼을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대선을 앞두고 주요 복지국가 운동 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복지국가 운동의 현황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태수 꽃동네대 교수가 ‘2012 대선을 위한 복지국가 운동의 전략과 과제’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사회 이래경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발제 이태수 꽃동네대 교수(복지국가사회복지연대 대표)
토론 고세훈 고려대 공공행정학부 교수,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 이명묵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 대표
‘복지정책 불씨’ 어떻게 살리나
지난 2010~2011년 복지국가는 우리 사회의 주요한 화두였다. 시민단체, 학계, 언론은 물론 정치권까지 앞다투어 복지와 복지국가를 논했다. 복지국가를 수식어로 내세운 단체들도 속속 생겨났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올 들어 복지국가의 목소리는 서서히 잠겼고, 거세게 일 듯하던 복지국가 운동의 불꽃마저 잦아들고 있는 모습이다. 왜? 무엇이 문제인가? 이날 토론자들은 복지국가 운동의 불씨가 꺼져가고 있는 원인에 대한 성찰적 분석과 불씨를 되살리기 위한 도전적이고 실천적인 제안을 쏟아냈다.
“몇 가지 이슈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 할 필요
가장 쟁점화 가능성 높은 건
건강보험 하나로 정책
반값등록금 정책
복지국가 증세 논쟁” ■ 복지국가 운동의 불꽃, 왜 잦아졌나?
발제를 맡은 이태수 꽃동네대 교수는 “복지국가 담론이 과도하게 정치쟁점화되는 측면이 있고, 복지국가에 대한 논의보다 무상교육과 반값등록금 등 몇 가지 복지정책 경쟁에 머무르고 있고, 복지국가 운동을 추진하는 주체가 미약하다”며 현 단계의 복지국가 운동을 평가했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큰 의제와 빈약한 운동세력의 괴리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오 위원장은 “복지국가 운동은 국가 비전이자 포괄적인 의제인데도 운동을 주도하는 주체는 노동·교육·의료 등 부문 운동에 치중하고 있다”며 “지난해 7월 무려 402개 시민사회단체가 결성한 ‘복지국가실현연석회의’는 규모는 컸지만 그에 걸맞은 복지국가 의제와 기획을 제대로 내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들도 복지 포퓰리즘으로 공격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명확한 재정방안 없는 정책으로 선거에 임해 복지국가 운동이 부정적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고세훈 고려대 교수는 “(복지국가 운동에서) 낙관은 넘치는데 긴장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비판한 뒤, 민주화 운동과 비교를 통해 복지국가 운동의 한계를 지적했다. 고 교수는 “1987년의 6월 민주항쟁이 7~8월 노동자대투쟁으로 이어졌지만, 민주화에 참여했던 중간 계급이 노동과 복지 문제와 관련해 대거 이탈하는 바람에 민주화가 초보적인 형식적, 절차적 수준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게 된 점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지국가 이슈가 현장에서 부딪힐 수 있는 여러 장애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일상의 먹고사는 문제로 돌아가고 활동가만 남아 운동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는 무상급식 이슈를 통해 복지 이슈가 진전됐음에도 복지국가 논의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이유를 ‘착시현상’으로 설명했다. 신 교수는 “무상급식 이슈는 밥에 대한 한국 사람의 정서를 건드렸기에 많은 사람들이 호응했지만, 복지국가는 사람들의 호응을 받기 굉장히 어려운 이슈”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박정희·전두환 정권 때도 빈곤퇴치라는 뜻으로 복지국가라는 용어를 써 왔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복지에 대한 이미지가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며 “실제로 무상급식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면서 보편적, 선별적 복지가 쟁점이 됐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무슨 뜻이지 몰랐고, 총선에서 기대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자 복지 이슈도 관심을 잃어버리는 상황을 맞게 됐다”고 분석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협력해
국민운동 벌여 나가
후보들 논쟁 벌이도록 요구
복지국가 운동을
차기정부 성격 논쟁으로
확대시켜 나가야” ■ 대선에서 복지국가 운동의 불씨 어떻게 되살릴까?
토론자들은 대선을 5개월 앞둔 현재, 복지국가 운동을 어떻게 펼쳐나갈지에 대한 대안도 제시했다. 이래경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복지국가 진입을 위한 장애 요인을 조목조목 분석했다. 이 대표가 분석한 장애 요인은, ‘복지국가 하면 나라가 망한다’ ‘재정이 거덜 난다’ ‘한국 사람들은 배가 고파야 열심히 일한다’는 이데올로기를 강요하는 수구세력의 저항, 일부 양보와 타협을 통해 복지국가에 대한 국민적 요청을 약화시키려는 기득권층의 순치 전략이다. 또 ‘복지가 대세다’ 하면 복지로, ‘경제민주화가 핵심이다’라면 경제민주화로, ‘일자리가 문제다’ 하면 일자리로 몰려다니며 국가의 미래보다 정치적 이익에 움직이는 정치집단, 객관적 검토와 과학적 성찰 없이 성급하게 몰아붙이려는 급진적 노선 등도 포함됐다. 이 대표는 이런 장애 요인을 극복하고 방향과 좌표를 분명히 해야 복지국가로의 진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명묵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을 내건 야권은 미래 전략을 내건 여권에 패배했다”며 “복지국가 이슈 역시 상대의 심판에 스스로 매몰되기보다 국민의 눈으로 복지국가를 바라보고, 국민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복지국가의 공감대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오건호 위원장은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며 많은 사람들이 피해갈 수 없는 복지 의제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건강보험료를 더 내서라도 무상의료를 구현하자는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을 펼쳐 나가는 방법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오 위원장은 “복지시민동맹처럼 모든 시민단체를 아우르는 방법 대신 복지 의제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단체 간의 연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상구 위원장은 “이번 대선에서 몇 가지 이슈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는데, 현재 제기된 이슈 중 가장 쟁점화 가능성이 높은 것은 건강보험 하나로 정책, 반값등록금 정책, 복지국가 증세 논쟁”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들 이슈를 쟁점화하기 위해 “관련 이슈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이 협력해 국민운동을 벌여 나가고, 경선 과정의 후보들이 논쟁을 벌이도록 요구하고, 관련 상임위원회에 법안을 제출해 복지국가 운동을 차기 정부의 성격 논쟁으로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광영 교수는 ‘소박한 복지담론’과 ‘현장’을 제안했다. 신 교수는 “무상급식 때의 밥처럼 한국 사람이 갖고 있는 정서와 감성을 담아낼 수 있는 소박한 복지담론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유럽에서 복지제도가 발전할 때 사회복지사 단체가 크게 기여를 했듯이 우리나라도 사회복지사들이 현장에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복지가 왜 필요한지를 잘 설득해 복지가 필요한 사람들이 친복지 세력이 되도록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문제는 생활이슈로 전환되지 않으면 사람들 눈길을 끌지 못한다”며 “출산·보육·탁아 등에서의 복지문제는 젊은 주부들 사이에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혁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june@hani.co.kr
[기고] 주체세력 없이 복지국가는 오지 않는다
복지국가는 정치 없인 불가하지만
정치로만 해결되는 건 아니다 더 중요한 건 복지국가를 열망하는
국민들이 다수로 존재하는 것 주체세력 없이 복지국가는 오지 않는다. 이는 오늘날 선진복지국가라 불리는 나라들에서 발견되는 진리이다. 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독일·프랑스·영국…. 이들 나라가 오늘날의 복지국가가 되는 과정에는 노동자집단, 지식인집단, 정치집단 내에 복지국가를 주창한 세력들의 역할이 지대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복지 또는 복지국가에 대한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특히 2010년의 6·2 지방선거에서부터 시작해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1년 반 남짓 대한민국은 가히 복지국가 논쟁에 빠졌다. 그 결과는? 정치권에서 한다 하는 이들은 자신의 정치적 전망에 ‘복지’라는 표현을 집어넣고 있는 점은 그 성과의 하나이다. ‘복지국가’를 이름에 명확히 넣은 단체들도 우후죽순이라 할 만큼 생겨났다. 언론의 기획기사에서 복지국가는 단골메뉴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인가 공허하다.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언필칭 대선 판이 되고 있는데, 복지국가에 대해 더는 치열한 논쟁이 불붙지도 않는 것 같다. 즉, 복지는 있으되 열기는 없다. 그렇다면 원인은? 그간 복지 논의가 주로 정치권에 의해서 과도하게 정치쟁점화된 것이 원인의 하나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복지국가의 뚜렷한 주체세력 없이 정치논쟁으로만 흐른 것이 원인이다. 즉 뿌리 없이 열매를 기다리는 꼴이었다. 그리하여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간의 논쟁, 무상복지 논쟁, 복지 포퓰리즘 논쟁, 재정파탄 논쟁 등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사실 아닌 사실과 논리의 비약, 억측, 일방주장이 판치면서 논쟁은 결론 없이 대중의 혼란과 혐오를 증폭시키고 말았다. 복지국가는 정치 없이는 불가하지만 정치로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5개월도 남지 않은 대선은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2013년부터 새로운 체제를 출범시키기 위한 중대한 분수령이다. 그 새로운 체제란 산업화, 민주화를 넘어 복지국가로 가는 것을 말한다. 자본주의의 역사는 복지국가로 수정되지 않고는 지탱될 수 없다는 것이 20세기 서구가 웅변으로 보여준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복지국가의 단계로 확고히 진입해야 한다. 시장과 경쟁은 선이며, 기업간, 산업간, 노동자간의 격차는 어쩔 수 없는 것이며, 누구나 자신의 노력만으로 살아갈 수 있기에 국가와 사회의 원조는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이 진실 아닌 진실이 수정되어야 한다. 경제도, 사회도, 정부도, 기업도, 학교도 한 사람 한 사람의 권리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것에 근본을 세워야 한다. 그런 미래를 만들기 위해 2012년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복지국가에 대한 진검승부가 정치권에서 일어나야 한다. 누가 더 복지국가를 위한 정치적 비전과 신념이 있는 자인지 가려져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복지국가를 희구하고 염원하고 열망하는 국민들이 다수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묶어 사회적 목소리로 내고 정치인들을 압박하며 그들의 집권 이후에도 함께 만들어나가는 동반자 집단도 필요하다. 복지국가 운동은 바로 이런 국민들, 이런 동반자집단, 즉 이른바 복지국가 주체세력을 만들어내는 일에 다름 아니다. 이번 대선과정에서 복지국가의 실현을 자임하는 시민사회노동단체들 간에 시민복지동맹이 확고히 만들어져야 한다. 나아가 강력한 복지국가의 구현에 적임자임을 자처하는 정당과의 복지정치동맹도 요구된다. 무엇보다 인권과 사회정의, 연대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신자유주의가 뿌려놓은 시장만능, 경쟁만능, 자본만능의 올가미를 벗어던지는 국민들이 많이 만들어지도록 복지국가 운동이 강력히 전개되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이제 복지국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이다. 또한 복지국가는 말의 성찬이 아니라 현실에서 당당히 구현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대선에서 이 땅에 대담한 복지국가의 전망을 내놓고 이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들이 대동단결해야 하며, 그 범주를 더 확장해 나가야 한다. 이를 할 수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2012년 대선은 복지국가 운동에 있어 하나의 기회가 될 수도, 아니면 무덤이 될 수도 있다. 이태수 꽃동네대 교수 복지국가사회복지연대 대표
| |
선택과 집중 할 필요
가장 쟁점화 가능성 높은 건
건강보험 하나로 정책
반값등록금 정책
복지국가 증세 논쟁” ■ 복지국가 운동의 불꽃, 왜 잦아졌나?
발제를 맡은 이태수 꽃동네대 교수는 “복지국가 담론이 과도하게 정치쟁점화되는 측면이 있고, 복지국가에 대한 논의보다 무상교육과 반값등록금 등 몇 가지 복지정책 경쟁에 머무르고 있고, 복지국가 운동을 추진하는 주체가 미약하다”며 현 단계의 복지국가 운동을 평가했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큰 의제와 빈약한 운동세력의 괴리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오 위원장은 “복지국가 운동은 국가 비전이자 포괄적인 의제인데도 운동을 주도하는 주체는 노동·교육·의료 등 부문 운동에 치중하고 있다”며 “지난해 7월 무려 402개 시민사회단체가 결성한 ‘복지국가실현연석회의’는 규모는 컸지만 그에 걸맞은 복지국가 의제와 기획을 제대로 내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들도 복지 포퓰리즘으로 공격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명확한 재정방안 없는 정책으로 선거에 임해 복지국가 운동이 부정적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고세훈 고려대 교수는 “(복지국가 운동에서) 낙관은 넘치는데 긴장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비판한 뒤, 민주화 운동과 비교를 통해 복지국가 운동의 한계를 지적했다. 고 교수는 “1987년의 6월 민주항쟁이 7~8월 노동자대투쟁으로 이어졌지만, 민주화에 참여했던 중간 계급이 노동과 복지 문제와 관련해 대거 이탈하는 바람에 민주화가 초보적인 형식적, 절차적 수준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게 된 점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지국가 이슈가 현장에서 부딪힐 수 있는 여러 장애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일상의 먹고사는 문제로 돌아가고 활동가만 남아 운동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는 무상급식 이슈를 통해 복지 이슈가 진전됐음에도 복지국가 논의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이유를 ‘착시현상’으로 설명했다. 신 교수는 “무상급식 이슈는 밥에 대한 한국 사람의 정서를 건드렸기에 많은 사람들이 호응했지만, 복지국가는 사람들의 호응을 받기 굉장히 어려운 이슈”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박정희·전두환 정권 때도 빈곤퇴치라는 뜻으로 복지국가라는 용어를 써 왔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복지에 대한 이미지가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며 “실제로 무상급식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면서 보편적, 선별적 복지가 쟁점이 됐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무슨 뜻이지 몰랐고, 총선에서 기대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자 복지 이슈도 관심을 잃어버리는 상황을 맞게 됐다”고 분석했다.
국민운동 벌여 나가
후보들 논쟁 벌이도록 요구
복지국가 운동을
차기정부 성격 논쟁으로
확대시켜 나가야” ■ 대선에서 복지국가 운동의 불씨 어떻게 되살릴까?
토론자들은 대선을 5개월 앞둔 현재, 복지국가 운동을 어떻게 펼쳐나갈지에 대한 대안도 제시했다. 이래경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복지국가 진입을 위한 장애 요인을 조목조목 분석했다. 이 대표가 분석한 장애 요인은, ‘복지국가 하면 나라가 망한다’ ‘재정이 거덜 난다’ ‘한국 사람들은 배가 고파야 열심히 일한다’는 이데올로기를 강요하는 수구세력의 저항, 일부 양보와 타협을 통해 복지국가에 대한 국민적 요청을 약화시키려는 기득권층의 순치 전략이다. 또 ‘복지가 대세다’ 하면 복지로, ‘경제민주화가 핵심이다’라면 경제민주화로, ‘일자리가 문제다’ 하면 일자리로 몰려다니며 국가의 미래보다 정치적 이익에 움직이는 정치집단, 객관적 검토와 과학적 성찰 없이 성급하게 몰아붙이려는 급진적 노선 등도 포함됐다. 이 대표는 이런 장애 요인을 극복하고 방향과 좌표를 분명히 해야 복지국가로의 진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명묵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을 내건 야권은 미래 전략을 내건 여권에 패배했다”며 “복지국가 이슈 역시 상대의 심판에 스스로 매몰되기보다 국민의 눈으로 복지국가를 바라보고, 국민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복지국가의 공감대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오건호 위원장은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며 많은 사람들이 피해갈 수 없는 복지 의제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건강보험료를 더 내서라도 무상의료를 구현하자는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을 펼쳐 나가는 방법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오 위원장은 “복지시민동맹처럼 모든 시민단체를 아우르는 방법 대신 복지 의제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단체 간의 연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상구 위원장은 “이번 대선에서 몇 가지 이슈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는데, 현재 제기된 이슈 중 가장 쟁점화 가능성이 높은 것은 건강보험 하나로 정책, 반값등록금 정책, 복지국가 증세 논쟁”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들 이슈를 쟁점화하기 위해 “관련 이슈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이 협력해 국민운동을 벌여 나가고, 경선 과정의 후보들이 논쟁을 벌이도록 요구하고, 관련 상임위원회에 법안을 제출해 복지국가 운동을 차기 정부의 성격 논쟁으로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광영 교수는 ‘소박한 복지담론’과 ‘현장’을 제안했다. 신 교수는 “무상급식 때의 밥처럼 한국 사람이 갖고 있는 정서와 감성을 담아낼 수 있는 소박한 복지담론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유럽에서 복지제도가 발전할 때 사회복지사 단체가 크게 기여를 했듯이 우리나라도 사회복지사들이 현장에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복지가 왜 필요한지를 잘 설득해 복지가 필요한 사람들이 친복지 세력이 되도록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문제는 생활이슈로 전환되지 않으면 사람들 눈길을 끌지 못한다”며 “출산·보육·탁아 등에서의 복지문제는 젊은 주부들 사이에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혁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june@hani.co.kr
[기고] 주체세력 없이 복지국가는 오지 않는다
이태수 꽃동네대 교수 복지국가사회복지연대 대표
정치로만 해결되는 건 아니다 더 중요한 건 복지국가를 열망하는
국민들이 다수로 존재하는 것 주체세력 없이 복지국가는 오지 않는다. 이는 오늘날 선진복지국가라 불리는 나라들에서 발견되는 진리이다. 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독일·프랑스·영국…. 이들 나라가 오늘날의 복지국가가 되는 과정에는 노동자집단, 지식인집단, 정치집단 내에 복지국가를 주창한 세력들의 역할이 지대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복지 또는 복지국가에 대한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특히 2010년의 6·2 지방선거에서부터 시작해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1년 반 남짓 대한민국은 가히 복지국가 논쟁에 빠졌다. 그 결과는? 정치권에서 한다 하는 이들은 자신의 정치적 전망에 ‘복지’라는 표현을 집어넣고 있는 점은 그 성과의 하나이다. ‘복지국가’를 이름에 명확히 넣은 단체들도 우후죽순이라 할 만큼 생겨났다. 언론의 기획기사에서 복지국가는 단골메뉴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인가 공허하다.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언필칭 대선 판이 되고 있는데, 복지국가에 대해 더는 치열한 논쟁이 불붙지도 않는 것 같다. 즉, 복지는 있으되 열기는 없다. 그렇다면 원인은? 그간 복지 논의가 주로 정치권에 의해서 과도하게 정치쟁점화된 것이 원인의 하나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복지국가의 뚜렷한 주체세력 없이 정치논쟁으로만 흐른 것이 원인이다. 즉 뿌리 없이 열매를 기다리는 꼴이었다. 그리하여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간의 논쟁, 무상복지 논쟁, 복지 포퓰리즘 논쟁, 재정파탄 논쟁 등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사실 아닌 사실과 논리의 비약, 억측, 일방주장이 판치면서 논쟁은 결론 없이 대중의 혼란과 혐오를 증폭시키고 말았다. 복지국가는 정치 없이는 불가하지만 정치로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5개월도 남지 않은 대선은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2013년부터 새로운 체제를 출범시키기 위한 중대한 분수령이다. 그 새로운 체제란 산업화, 민주화를 넘어 복지국가로 가는 것을 말한다. 자본주의의 역사는 복지국가로 수정되지 않고는 지탱될 수 없다는 것이 20세기 서구가 웅변으로 보여준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복지국가의 단계로 확고히 진입해야 한다. 시장과 경쟁은 선이며, 기업간, 산업간, 노동자간의 격차는 어쩔 수 없는 것이며, 누구나 자신의 노력만으로 살아갈 수 있기에 국가와 사회의 원조는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이 진실 아닌 진실이 수정되어야 한다. 경제도, 사회도, 정부도, 기업도, 학교도 한 사람 한 사람의 권리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것에 근본을 세워야 한다. 그런 미래를 만들기 위해 2012년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복지국가에 대한 진검승부가 정치권에서 일어나야 한다. 누가 더 복지국가를 위한 정치적 비전과 신념이 있는 자인지 가려져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복지국가를 희구하고 염원하고 열망하는 국민들이 다수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묶어 사회적 목소리로 내고 정치인들을 압박하며 그들의 집권 이후에도 함께 만들어나가는 동반자 집단도 필요하다. 복지국가 운동은 바로 이런 국민들, 이런 동반자집단, 즉 이른바 복지국가 주체세력을 만들어내는 일에 다름 아니다. 이번 대선과정에서 복지국가의 실현을 자임하는 시민사회노동단체들 간에 시민복지동맹이 확고히 만들어져야 한다. 나아가 강력한 복지국가의 구현에 적임자임을 자처하는 정당과의 복지정치동맹도 요구된다. 무엇보다 인권과 사회정의, 연대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신자유주의가 뿌려놓은 시장만능, 경쟁만능, 자본만능의 올가미를 벗어던지는 국민들이 많이 만들어지도록 복지국가 운동이 강력히 전개되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이제 복지국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이다. 또한 복지국가는 말의 성찬이 아니라 현실에서 당당히 구현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대선에서 이 땅에 대담한 복지국가의 전망을 내놓고 이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들이 대동단결해야 하며, 그 범주를 더 확장해 나가야 한다. 이를 할 수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2012년 대선은 복지국가 운동에 있어 하나의 기회가 될 수도, 아니면 무덤이 될 수도 있다. 이태수 꽃동네대 교수 복지국가사회복지연대 대표
연재싱크탱크 광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