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인권·복지

[싱크탱크 광장] “아동청소년, 보호대상 아닌 권리주체로 보자”

등록 2012-08-21 19:37수정 2012-08-21 22:28

‘아동청소년인권 실태 진단 및 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아동청소년인권 실태 진단 및 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제5회 한겨레사회정책포럼
아동청소년인권 실태
대한민국 아동청소년은 얼마나 행복할까? ‘아동청소년인권 실태 진단 및 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13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아이들의 삶을 인권이란 시각으로 재조명해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경기도교육청(교육감 김상곤)과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소장 이창곤)가 함께 마련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아동청소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선 아동청소년인권법 제정이 시급함을 한목소리로 말했다. 특히 오동석 아주대 교수가 해당 법의 시안을 발표했으며,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세부 조항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를 지상중계한다.

사회
김인재 인하대 교수

발제
오동석 아주대 교수

토론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
한상희 건국대 교수
김영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김원태 산본고 교사
박숙경 경희대 교수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동청소년인권법 제정 시동

“우리나라 헌법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돼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동청소년을 권리의 주체라기보다 보호의 대상으로 보려는 경향이 강했다. 이제는 학교와 가정 사회, 학원에서 아이들이 존중받고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닌 존재로 대우받도록 해야 한다.”

김상곤 경기도육감은 지난 13일 열린 ‘아동청소년인권 실태 진단 및 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전국적인 차원에서 아동청소년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며 토론회의 포문을 열었다.

■ 왜 아동청소년인권법인가? ‘아동청소년인권법 제정의 필요성과 그 입법방안’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한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아동청소년이 민주시민 의식을 갖고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이를 지원하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아동청소년인권법안’을 발표했다.

법안은 아동청소년은 성별·국적·종교·나이·인종 등에 따른 어떤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총칙을 비롯해 아동청소년이 폭력과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운 환경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담은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또 국가·학교·기관·지역·기업 등이 아동청소년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과 법 위반 아동청소년의 인권을 보장하는 조항, 아동청소년의 인권 및 권리 보장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와 아동청소년권리보호위원회 설치 등의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법안은 크게 5개 부분이며, 부칙을 포함해 모두 54개 조로 구성돼 있다.

오 교수는 법안을 마련한 이유에 대해 기존의 아동청소년 관련 법률이 아동청소년 인권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 교수가 지적한 국내 아동청소년 관련 법제의 문제점을 보면, 아동복지법·청소년기본법·청소년보호법 등 청소년 관련 법률은 아동청소년을 권리의 주체로 보기보다 보호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또 국제 인권규범은 아동청소년에 대한 국가 및 사회의 조처가 아동청소년의 최선의 이익에 따라 결정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행 아동청소년 관련 법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새 법안 제정의 이유다. 이와 함께 아동청소년 법률의 체계성이 부족해 아동청소년 인권 보장을 전담하는 기구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고, 아동청소년 인권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새 기구 마련도 필요하다.

아동청소년인권법 제정이 필요한 또다른 이유로는 학생인권조례의 한계다. 학교 이외에 가정과 지역에서 일어나는 아동청소년 인권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학생인권조례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과 학교 안에서만 적용된다는 한계도 있다. 오 교수는 “학생인권조례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가정이나 학원 및 아르바이트 장소 등 학교 밖의 인권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한계점을 갖고 있다”며 “아동청소년인권법 제정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아동청소년 관련 법률
인권 제대로 반영 못하고…
학생인권조례는
가정·학원·알바 장소 등
학교 밖 인권 보장못해”

■ 법 제정 시 고려할 사항은? 이날 토론자로 나온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은 아동인권법안을 선언적인 의미에 초점을 맞출지, 강력한 법 제재를 통한 실효성에 의미를 둘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아동청소년인권법을 학생인권조례처럼 선언적인 규정으로 만들기보다 강력한 규정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교수는 “아동청소년인권법 시안에는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벌칙규정이 없다”며 “이 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을 때는 국가권력을 동원하는 조항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아동인권법안 자체는 선언적인 의미에 초점을 두되, 관련 법·제도 정비를 통해 보완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영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동인권법안의 법률 조항이 선언적 의미가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법 취지를 반영할 관련 법·제도 정비를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법·제도 정비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끌어 낼 것인가를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는 이슈를 아동인권법안에 포함시키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원태 산본고 교사는 “라트비아공화국의 아동인권법처럼 부모가 자녀에게 종교를 권유할 수 있는 시기를 아동인권법에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면 ‘부모가 아동에게 종교적 권유를 할 수 있는 나이는 14살까지’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시점을 명시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김 교사는 “아동인권법안에는 ‘결사의 자유와 평화적 집회에 대한 권리’가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며 “2010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아동청소년 인권실태조사를 보면, 절반이 넘는 51.4%의 중·고등학생이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학교 안팎에서 이들의 결사와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를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인권법안이 실효성을 갖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됐다. 박숙경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아동청소년 인권보장을 위해서는 아동청소년 인권을 전담하는 아동권리위원회를 만들어야 하고, 위원회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인력과 예산이 배정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과거 국가인권위원회를 만들 때 선언적인 국가인권법이 아닌 실효성 있는 조직을 갖춘 국가인권위원회법을 제정했던 경험을 참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찬반 여론에 휘둘리지 말고 아동인권법안의 조속한 입법화를 요구하는 주장도 나왔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아동인권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광범위하게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반드시 합의가 선행돼야 법을 제도화할 수 있다는 논리는 기계적인 원칙론”이라며 “오히려 아동인권법 제정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아이들이 한해에 200명씩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지만 인권전담 기관을 자처하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아동인권에 대해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은 것은 관계기관의 나태와 직무유기”라고 꼬집었다.

정혁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june@hani.co.kr


“야간 자율학습은 강제학습…선택권 안줘”
“아르바이트 근로계약서 작성 거의 없어요”
“최저임금보다 시급 적어…알아도 말 못해”
“주말엔 14시간 일해…시간외수당도 없어”
“알바때 이××놈아…욕이란 욕은 다 들어”

실태 들여다보니

아주대 ‘글로벌인권센터’
중고생 21명 인터뷰 결과

“치마길이, 머리길이, 염색, 교복 셔츠 안에 입은 티 색깔, 점퍼 색깔까지 자유롭지 못해요.”

“오토바이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 차와 부딪혀 몸이 날아가 헬멧이 깨진 적도 있어요. 치료비는 못 받고 나왔어요.”

아주대학교 글로벌인권센터가 경기교육청의 연구용역을 받아 지난 5~7월 동안 초·중·고생의 인권실태를 분석한 자료에 나온 내용이다. 아동청소년의 학교 안 인권 실태와 학교 밖 노동인권 실태는 어떠했을까?

■ 학교 안 인권 학교 안 인권 실태조사는 올해 5월21일~7월26일 서울·경기·충남·광주·울산·경북·부산의 중고생 21명을 대상으로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학생인권조례 발표 전후 학교에서의 인권 상황 변화 여부에 대해서는 지역과 학교별로 차이를 보였다. 일부 학생들은 인권 상황이 많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는 아침에 교문에서 치마길이와 머리, 화장을 검사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규율이 사라져 치마길이나 머리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돼 마음 편하게 아침에 학교에 올 수 있어요.”(용인시 ㄱ고 3년생) 반면 여전히 학생들에게 규제를 강요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학교도 많았다. 경북 의성군 ㄱ여중 2년생은 “발표 전과 후에 차이가 없어요. 지방이라서 그런 것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아요. 치마길이, 머리길이, 염색, 교복 셔츠 안에 입은 티 색깔, 점퍼 색깔까지 자유롭지 못해요”라고 말했다. 대전의 ㅅ여고 2년생은 “벌점이 많이 쌓인 학생은 학교 게시판에 ‘번호, 이름, 사회봉사 며칠’ 이런 식으로 공고문을 붙여요”라고 말했다. 충남 서천군의 ㅈ고 3년생은 “학생들은 야간 자율학습을 강제학습이라고 불러요. 학생들의 선택권을 주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 학교 밖 노동인권 아동청소년의 노동인권 실태조사는 18~19살 청소년 11명(남 9명, 여 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패밀리 레스토랑 주방, 자동차 정비소, 웨딩홀, 팬시점, 주유소 등 다양한 곳에서 아르바이트 또는 현장실습을 했다. 이들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일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근로계약서가 없으면 노동시간을 사업주 마음대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시급이 얼마인지도 모른 채 일할 가능성이 높다. 오토바이로 음식 배달을 했던 ㅁ(18)군은 “여러 군데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건 한번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런 거 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어요”라고 말했다. 이들은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제약회사에 현장실습을 했던 ㅈ(18)양은 시급으로 3800원을 받았다. ㅈ양은 ‘2011년 최저임금이 4320원이었는데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알고 있었지만 말을 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근로기준법에서 청소년의 노동시간은 1일 7시간, 1주 40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뷰를 했던 청소년들의 노동시간은 1주일에 60시간을 넘기기 예사였다. 웨딩홀 서빙을 했던 ㅂ(19)군은 “오후 5시부터 밤 12시까지, 주말에는 오전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일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주말엔 14시간씩 일하기도 했지만 시간 외 수당은 받지 못했다. 팬시점에서 일했던 ㅊ(18)양은 주말과 공휴일에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근무해야만 했다.

사고를 당하기도 다반사였다. ㅁ군은 “2~3개월에 한번씩은 사고가 났던 것 같아요. 몸이 까지기도 하고 병원도 많이 갔어요”라고 말했다. ㅁ군은 “그동안 10번 넘게 사고가 났는데 치료비와 수리비를 제가 책임졌어요. 그 비용을 지금까지 다 합치면 100만원이 될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외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상당수는 심한 욕설을 듣는 등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었다. 음식점 주방 아르바이트를 한 ㅅ(18)군은 “야, 이 △△놈아 같은 것을 듣고요. 욕이란 욕은 거의 다 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정혁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한겨레 인기기사>

안철수 이어 박근혜까지 ‘룸살롱’ 검색어 소동
장준하 부인 “남편 죽고 24시간 감시당해…얻어먹으며 살아”
KTX 고속열차와 A380 비행기 명당자리는?
엄마 죽인 아들 처음으로 “어머니가 보고싶어”
아버지부터 노무현까지…박근혜 첫날 행보 ‘참배 정치’
서울선 전자발찌 찬 40대가…
[화보] 기성용 보려고 아침부터 기다렸는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폭염·폭우 지나도 ‘진짜 가을’은 아직…25일부터 고온다습 1.

폭염·폭우 지나도 ‘진짜 가을’은 아직…25일부터 고온다습

미국·체코 이중 청구서…원전 수출 잭팟은 없다 2.

미국·체코 이중 청구서…원전 수출 잭팟은 없다

중학생 때 조건 만남을 강요 당했다…‘이젠 성매매 여성 처벌조항 삭제를’ 3.

중학생 때 조건 만남을 강요 당했다…‘이젠 성매매 여성 처벌조항 삭제를’

‘응급실 뺑뺑이’ 현수막 올린 이진숙 “가짜뉴스에 속지 않게 하소서” 4.

‘응급실 뺑뺑이’ 현수막 올린 이진숙 “가짜뉴스에 속지 않게 하소서”

[단독] ‘언론 탄압’ 소송에 기름값까지 끌어다 쓴 방통위 5.

[단독] ‘언론 탄압’ 소송에 기름값까지 끌어다 쓴 방통위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