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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자살 충동 떨쳐내려 시를 썼지요”

등록 2014-07-07 18:53수정 2014-07-07 21:58

김성로씨
김성로씨
자살반대 운동 김성로씨

기러기아빠·생활고에 우울증
시집 ‘죽지마 살아줘’ 출간
“오랜 기러기아빠 생활에 생활고가 겹쳤습니다.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한강에 갔어요. 뛰어내리고 싶어서요.” 하지만 용기도 없었고, 미련도 많았다. 그는 자살을 하지 못했다. 오랜 우울증의 시간을 보낸 끝에 자살의 충동에서 벗어나기로 마음먹었다. 시를 쓰기 시작했다. 10년째 자살률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한국에서 그는 자살률을 낮추는 운동의 선봉장이 되기로 작정한 것이다.

최근 자살 반대 생명운동을 하기 위해 시집 <죽지마 살아줘>를 내고, 강연 활동 중인 김성로(57·필명 루킴·사진)씨는 자살 문턱에서 되돌아온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지펴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는 자살 반대 생명운동을 주제로 100편의 시를 모은 이 책에서 자신의 자살 시도 경험과 이를 극복하는 노력을 생생히 들려준다. “한강을 볼 때마다 구토증이 나는 것은/ 그때 너무 많은 똥물을 먹었기 때문일 게다/ 차열쇠 구두 양복 모두 강변에 놓아둔 채/ 맨발로 조용히 다리위를 걸어가는 것은/ 마치 행위예술 같았다….”(한강의 행위예술)

지난 2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2014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건강정보 통계’를 보면 한국의 자살 사망률은 2012년 기준 10만명당 29.1명으로 34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고, 평균 12.1명보다 17명이나 많았다. 해마다 1만5천여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교통사고 사망자의 3배에 가깝다. 한국 청소년의 자살률도 높다. 10만명당 5.58명으로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다.

그는 한때 종합일간지의 국외 특파원으로 일했다. 외환위기 여파로 회사를 그만둔 그는 가족을 캐나다로 이민 보내고 한국에 홀로 남아 사업을 했다. 기러기아빠 생활을 10여년 한 것이다. 그러다 사업이 망했고, 신용불량자가 됐다. 갚아야 할 빚은 눈더미처럼 불어났고, 우울증에 걸려 매일매일 자살을 꿈꿨다.

그는 자살 충동을 딛기 위해 자살을 주제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과거 신춘문예 시 분야에 응모했던 문학도였던 그는 “자살은 거짓이고 비겁하고 추한 것”이라는 정의를 내리고 “세상을 향해 다시 한번 숨쉬기 위해 살기로 결심했다”고 말한다. 그는 “…/ 그렇지 않아 끝나는 게 아니야/ 새로운 고통의 시작이야/ 그러니 자살할 필요가 없어/ 고통은 바람같고 구름같은 것이야/ …”(왜 죽나)라며 자살 충동에서 힘겹게 벗어났다.

그리고 국민의 자살에 무관심한 정치권에 대해 쓴소리를 낸다. “…/ 티브이에 침을 뱉어야 자살하지 않고/ 하루하루 견딜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오늘도 놈들에게 침을 뱉는다/ 그들에게 권력이 있으므로.”(‘9시 뉴스’에 침 뱉기)

본적도 독도로 옮겼다. 자신이 살아야 할 정당성을 찾기 위한 노력이었다. 시집을 낸 김씨는 젊은이들과 다문화가정을 상대로 자살 반대 강연을 하러 다닌다. 무보수다. 자신의 절절한 경험이 실린 강연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다문화가정 모임과 서울 서초동 청년모임에 가서 자살 반대 생명운동을 설명했다.

“자살에 저항해야 하는 이유를 들려주고 싶어요. 생명은 고귀한 것이고, 삶은 노력해야 마땅하니까요.”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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