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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무고한 시민들까지 ‘묻지마 채증’…수사 필요 없는데도 장기간 저장

등록 2015-02-04 21:32수정 2015-02-05 08:55

4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대응팀 주최로 열린 ‘경찰 불법채증 규탄 기자회견’을 마친 참석자들이 경찰이 쌍용차 해고자 복직을 위한 오체투지 행진단을 불법 채증한 사진 등을 구경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4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대응팀 주최로 열린 ‘경찰 불법채증 규탄 기자회견’을 마친 참석자들이 경찰이 쌍용차 해고자 복직을 위한 오체투지 행진단을 불법 채증한 사진 등을 구경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인권단체, 경찰이 찍은 사진들 공개
세월호 추모 집회가 한창이던 지난해 5월17일 밤 10시25분. 서울 안국역 근처 인도에서 집회에 참석했거나 이를 구경하던 시민 수십명이 경찰의 캐논 카메라에 ‘채증’됐다. 불법행위를 하지 않은 시민까지 사실상 ‘불법 채증’한 이 사진은 해를 넘겨 8개월째 경찰 카메라 메모리칩에 그대로 저장돼 있었다. ‘수사 필요성이 없는 경우 지체 없이 폐기해야 한다’는 ‘경찰청 채증활동 규칙’은 쉽게 무시됐다.

경찰의 무분별한 채증 활동이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몇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경찰의 말과 달리 자의적 채증 활동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달 7일 서울 구로경찰서 정보과 직원이 ‘기자’를 사칭해 찍은 수십장의 채증 사진을 공개했다. 당시 쌍용차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오체투지’ 행진을 하던 시위 참가자들이 현장에서 경찰로부터 압수한 카메라 메모리칩에는 ‘자의적이고 불법적인 채증’ 흔적이 고스란히 담겼다.

경찰, 활동규칙 무시하고 폐기 안해
합법집회 구별 않고 특정인 겨냥도
자의적 채증 비판에도 오히려 확대
법학자 “엄격한 요건·절차 마련해야”

메모리칩에는 지난해 8월 서울 구로에서 열린 세월호 관련 1인시위 등에 참가한 시민과 대학생들을 채증한 사진이 5개월째 남아 있다. 도로 건너편에서 망원렌즈로 당겨 찍은 사진에는 손팻말을 들고 그저 인도에 서 있기만 한 사람들의 얼굴이 선명하게 찍혔다. 메모리칩에 저장된 시간을 보면 채증은 무려 7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논란이 된 지난달 7일 쌍용차 오체투지 행진 시위 과정에서 경찰은 권영국 변호사의 오체투지를 연속사진으로 채증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권 변호사가 쌍용차 집회 과정에서 경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며 기소한 상태였다. 경찰이 권 변호사를 특정해 의도적으로 채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시 채증 경찰은 “기자”라며 신분을 숨기려 했다.

채증 장비 관리도 엉망이었다. 수사에 증거로 활용되는 채증용 카메라였지만, 이 카메라 메모리칩에는 경찰 개인 사진 등이 담겨 있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찰은 개인 스마트폰을 이용한 채증, 수사 업무를 맡겨서는 안 되는 의경에게도 채증 권한을 주는 쪽으로 채증 활동 규칙을 고쳤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채증의 엄격한 요건과 절차적 투명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채증 사진들을 촬영한 구로경찰서 정보과는 “당시 채증 과정에서 일정 부분 잘못된 점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특정인에 대한 채증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또 합법 집회라고 하더라도 언제든 불법행위가 벌어질 수 있다”며 채증 행위가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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