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부터 실직자에게 1년간 국민연금 보험료의 75%를 지원하는 실업크레딧 제도가 시행된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늘려줘서 노후에 연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다. 20년간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온 ㄱ씨(59)가 실직한 경우, 연간 19만원만 더 내면 노후에 탈 수 있는 연금이 약 317만원(생애 평균소득 월 294만원 기준, 20년 수령 기준)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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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대상자는 누구? 현재는 실직하면 소득이 없기 때문에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납부예외자가 된다. 지난 5월 기준으로 실직이나 사업중단 등으로 인한 납부예외자는 441만명에 이른다. 이들 중 구직급여(실업급여)를 타고 있는 이들이 대상이다. 연간 82만명 정도다. 구직급여는 여섯달 이상 일을 하고 비자발적으로 실직한 이들에게 3~8개월간 지급된다. 다만 고소득층은 지원 대상에서 빠진다. 이자·배당 소득이나 연금소득이 연간 1680만원을 넘거나 주택 등 지방세 과세 대상 재산이 과표기준 6억원(시가 9억~12억원)을 넘으면 지원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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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얼마나, 어떻게 지원? 국민연금공단이나 고용센터를 통해서 신청하면 된다. 고용센터를 이용하는 경우, 구직급여를 받기 위해 제출하는 ‘수급자격 인정 신청서’에 실업크레딧 신청 여부만 써넣으면 된다. 국민연금 보험료의 75%를 국가가 지원하고, 본인은 나머지 25%만 내면 된다. 보험료는 실직 전 석달간 평균소득의 절반만 소득으로 인정해서 계산한다. 평균소득이 120만원일 경우, 그 절반인 60만원에 대한 보험료 5만4천원(9%) 중 4만1천원을 정부가 부담하는 것이다.
기준이 되는 실직자의 소득은 최대 70만원까지만 인정된다. 이에 따라, 정부가 대주는 보험료는 월 4만7천원, 연간 56만7천원이 최대치다. 실업크레딧은 최대 1년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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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노후에 어떤 혜택? 우선 노후에 연금을 탈 수 있는 최소 가입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한 이들의 가입기간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생애 평균소득이 월 220만원인 ㄴ씨(59)는 노령연금을 탈 수 있는 최소 가입기간 10년에서 5개월이 부족한 상태에서 실직했다. 다른 일자리로 취업을 못하는 경우, ㄴ씨는 ‘반환 일시금’ 1334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실업크레딧을 신청해 본인부담 보험료 8만원을 더 내고 5개월을 채울 경우, ㄴ씨는 노후에 매달 34만9950원씩 연금을 탈 수 있다. 20년간 연금을 탄다고 가정할 경우, 총 수령액이 8400만원이어서 반환 일시금을 받는 것보다 더 이득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노령연금을 받는 사람은 315만명이고, 최소 가입기간을 채우지 않고 반환 일시금을 받아간 사람은 18만명 가량이다.
이미 최소 가입기간을 채운 경우라도, 실업 크레딧 지원으로 가입기간을 1년 더 늘리면 나중에 연금액을 높일 수 있다. 20년간 보험료를 낸 ㄱ씨가 더 이상 보험료 납부를 하지 않으면 노후에 연금을 월 71만1690원씩 받게 되지만, 1년간 19만원을 더 내면 연금액이 월 72만4910원으로 높아지는 식이다.
전문가 일부는 국민연금 가입자의 노후혜택을 늘리기 위해, 실업크레딧 지원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고 제안한다. 보험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인정소득을 실직 전 평균소득으로 높이고, 지원기간도 구직급여 지급기간이 아니라 전체 실직기간으로 늘리자는 것이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