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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공공 산후조리원 ‘그림의 떡’…설치기준 까다로워 농어촌 23곳만 충족

등록 2016-09-25 18:01수정 2016-09-25 18:01

민간보다 저렴…법적 설치근거 마련됐지만
출생아수 낮은 지자체 10%만 기준 충족
남인순 의원 “설치요건 대폭 완화해야”
서울의 유일한 공공 산후조리원인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의 유일한 공공 산후조리원인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해말 지방자치단체가 공공 산후조리원을 설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정부가 설치기준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마련함에 따라, 이를 충족하는 지역이 전국 시군구의 10%인 23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가 설치하려고 해도 정부가 만든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공공 산후조리원 관련 입법이 ‘그림의 떡’이 된 셈이다.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공공 산후조리원 설치기준 충족지역 현황’ 자료를 보면, 정부 기준에 따라 설치가 가능한 지역은 대부분 신생아가 많지 않은 농어촌 지역 23곳(2014년 기준 분석)에 불과했다. 전국 시군구 229곳의 10%에 그친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는 지자체가 산후조리원을 설치할 수 있도록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된 바 있다. 이용요금이 비싸고 집단감염 사고에 취약한 민간 산후조리원의 문제를 보완하자는 것이 입법 취지였다. 산후조리원의 감염 및 안전사고는 2013년 52건에서 지난해 419건으로 늘었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시행령을 만들면서, 산후조리원과 지자체에 등록된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가 없고, 인접한 지자체의 산후조리원(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포함)의 공급이 수요의 60% 이하인 지역에만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설치기준을 충족하는 곳은 산후조리원 이용 수요가 많지 않은 지역으로 제한됐다. 실제로 23곳 중 경북 울릉군의 경우, 지난해 출생아 수가 연간 55명(월평균 4.6명)에 불과하며, 인천 옹진군과 전북 장수군도 각각 121명과 128명에 그친다. 앞서 관련법 시행 이전에 설치된 공공 산후조리원은 서울 송파구와 전남 해남군, 충남 홍성군, 제주도 서귀포시 등 4곳에 있다. 송파구와 해남군, 홍성군의 지난해 출생아 수는 각각 5899명과 839명, 613명이었다. 이들 공공 산후조리원의 이용요금은 평균 170만원(2주 기준)으로, 민간(평균 230만원)에 견줘 60만원가량이 저렴하다. 남 의원은 “현재 운영중인 공공 산후조리원은 입소 대기자가 넘치고 있는 상황인만큼, 정부는 시행령을 개정해 설치요건을 현재보다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 산후조리원 설치를 준비중인 지자체들은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워, 설치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남인순 의원은 “경북 상주시의 경우, 지역 내에 산후조리원이 한 곳도 없어 공공 산후조리원 설치를 추진중이지만 인접 지자체인 경북 구미시에 산후조리원 8개소가 있어 수요·공급 요건이 시행령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산후조리 수요가 많은 경기도 성남시도 설치를 추진했으나 불수용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쪽은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 감염 위험이 상존하는 산후조리원을 지자체가 설치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접근성 부족 지역에 한정해 설치하도록 기준을 설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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