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후보 모두 ‘폐지’ 입장…단 “제도 보완하며 단계적으로”
주요 대선후보들이 ‘부양의무제 폐지’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나타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완전폐지’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부분 폐지’로 의견을 모았다. 42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행동’(폐지행동)이 각 정당 대선후보 캠프에 ‘부양의무제를 폐지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문재인·유승민·심상정 후보는 ‘완전폐지’라고 답했으나, 안철수·홍준표 후보는 ‘부분 폐지’에 무게를 실었다. 부양의무제는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빈민·장애인이라도 아들·딸 등 부양의무자가 소득과 재산이 있으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안 후보는 완전폐지와 부분적 폐지 가운데 명확한 뜻을 밝히진 않았으나, 세부 내용을 보면 사실상 부분폐지 의견이었다고 폐지행동이 전했다. 안 후보 쪽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필요하지만 한꺼번에 없앨 경우 노인을 부양하는 것이 손해가 돼 가구가 분리될 가능성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부양의무자 범위 축소 및 실질적 부양능력을 감안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폐지행동 쪽은 설명했다. 안 후보는 부양의무제 폐지를 당론으로 채택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없다’고 답했다. 다른 후보들은 이미 당론으로 채택했거나 채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애숙 빈곤사회연대 조직국장은 “과거 선거 때는 정의당 정도만 폐지 입장이었을 뿐 나머지 정당들은 완화하자는 의견이었다. 이번처럼 많은 정당에서 부양의무제를 폐지 또는 부분폐지하겠다고 밝힌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부양의무자 기준은 시급히 해결해야할 사회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2010년 현재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사각지대에 속한 이들은 117만명이며, 2013년 이후 2015년 6월까지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탈락한 사람은 3만7999명에 이른다.
다만 후보들이 가족 해체 등을 우려하며 폐지 시기 등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보이고 있어, 완전 폐지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완전 폐지엔 국민적 동의와 재원 확보, 도덕적 해이 방지 장치 등이 필요하므로 단계적으로 접근해야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엔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두 법안 모두 부양의무자 기준을 없앤 안이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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