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와 노년유니온, 노후희망유니온 등 ‘빈곤노인 기초연금 보장을 위한 연대’ 소속 단체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줬다 뺏는 기초연금’ 해결하라”며 ‘도끼상소’ 행위극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줬다 뺏어갑니다. 대통령이 기초연금 30만원으로 올린다는데, 우리 가난한 이들에게도 줬다 뺏지 말고, 좀 주십쇼!”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 기초생활 수급자이면서 기초연금 대상자이기도 한 김호태(84)씨는 “가난한 노인들의 박탈감이 너무 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새 정부 출범 뒤 ‘국민 신문고’가 된 이곳 한켠에서, 김씨를 비롯한 한 무리의 노인들이 낡은 개량한복을 입고 바닥에 엎드렸다. 머리맡엔 모형 도끼와 대통령에게 보낼 상소가 놓였다. ‘도끼 상소’는 기초생활 수급 노인들과 노년유니온,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등 21개 시민사회복지단체로 구성된 ‘빈곤노인기초연금연대’(기초연금연대)가 진행한 행위극이다. ‘상소를 받지 않겠다면 차라리 도끼로 죽여달라’는 뜻으로, 고려 충선왕 때 우탁, 조선 말 최익현 등이 벌인 바 있다.
연사로 나선 이명묵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 대표는 “기초생활 수급자인 노인들이 생계비 49만원으로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운 여름에 에어컨은커녕 시원한 과일도 못 먹는다. 이들을 제외하고 기초연금을 시행하는 건 본말이 전도된 정책”이라고 말했다. 중위소득의 30% 이하 저소득층은 기초생활 수급자가 돼 매월 생계급여(1인 49만5879원)를 받는다. 국내에 기초생활 수급자이면서 65살 이상으로서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은 40만여명이다. 이들은 매달 25일 다른 노인들과 함께 기초연금(20만6050원)을 받은 뒤 그 다음달 20일 생계급여를 받을 때 그만큼을 토해낸다.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의 모든 노인들에게 지급되고 있지만, 기초생활 수급자인 노인들은 혜택에서 사실상 제외돼 있는 것이다. 2008년 기초연금 도입 때부터 이런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초연금연대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중 노인빈곤율이 압도적인 1위(2016년 기준 47.7%)임에도 정작 빈곤노인에겐 기초연금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기초연금이 노인 계층간 형평성을 깨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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