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정부의 인권침해에 눈감고 친정부적 행보를 보인 국가인권위원회가 자기반성에 나섰다. 그동안 인권위에 날선 비판을 해왔던 시민단체의 쓴소리를 기꺼이 죽비처럼 맞겠다는 각오다.
인권위는 30일 오전 서울시 중구 인권위 청사에서 “과거를 성찰하고 거듭나겠다”며 외부위원 12명과 내부위원 3명으로 이뤄진 자문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 혁신위원회’를 발족했다. 혁신위는 앞으로 3개월 동안 인권위의 독립성 강화·조직혁신 방안을 마련하고 권고하게 된다. 과거 인권침해 재발방지 대책과 인권위원 후보 추천위 구성 등을 다룬다. 혁신위 위원장은 하태훈 참여연대 공동대표가 맡는다. 박래군 인권중심 사람 소장, 박옥순 장애인 인권운동가,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등 그동안 인권위의 행보를 강하게 비판해 왔던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위원에 포함됐다. 인권운동사랑방 등 인권단체들은 2009년 6월 현병철 전 인권위원장 체제에 반대하며 국가인권위제자리찾기공동행동을 꾸려 활동해 왔다.
이명박 정부가 2009년 현병철 전 인권위원장을 임명한 이후, 인권위는 ‘암흑기’를 겪어왔다. 인권위는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 <문화방송> ‘피디(PD)수첩’ 제작진 기소 등 수사권 남용에 침묵했고, 용산참사·세월호참사 등 국민 생명권이 침해된 사건에 눈감아 왔다. 2015년 백남기 농민이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을 땐 10개월이 지나서야 뒤늦게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하태훈 혁신위원장은 “혁신위가 단순 자문하는 수준을 넘어 혁신 과제들이 인권위 내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