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수당은 지난해 말 정부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 합의를 거쳐 소득 상위 10%를 배제하는 ‘선별 지급’ 방식으로 바뀌었다. 선별적 아동수당 제도 도입이 예고된 뒤 여러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무엇보다 ‘고작 10%’(실제로는 6% 남짓)를 제외하는 데 드는 행정비용을 고려할 때 ‘보편적 아동수당’ 포기에 따른 실익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0일 “(곧 있을 아동수당법 제정 과정에서) 100% 지급을 다시 시도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한다. 오는 9월부터 아동수당을 지급하려면 이에 앞서 근거 법률인 아동수당법 제정이 이뤄져야 한다.
실제로 1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잠정 집계치를 보면, 선별에 필요한 행정비용은 최대 연 115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보편 수당을 전제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아동수당 예산안에는 제도 운영비가 100억원에도 미치지 않았다. 선별적 아동수당 도입을 결정한 탓에 새롭게 드는 유·무형의 추가 비용이 11.5배 증가한 것이다.
예컨대 금융재산 조사에 들어가는 약 100억원은 모든 아동한테 수당을 지급한다면 발생하지 않을 비용이다. 계좌(잔고 10만원 이상 대상)를 조회했다는 사실을 우편으로 본인에게 통보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는데, 수당 지급을 위해 단지 계좌 실명조회만 할 때엔 비용이 들지 않는다. 선별 제도를 유지한다면 2019년 이후에도 해마다 70만~80만건의 금융재산 조사가 필요하고, 그만큼의 비용이 든다.
직접적인 행정비용으로 보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국민불편비용도 선별 수당 도입에 따른 ‘순증 비용’에 포함된다. 수급 대상인 235만명이 재산신고 등에 평균 1~2시간을 쓰는 것으로 가정하고, 올해 최저임금 7530원을 적용하면 170억~350억원이 쓰인다고 봐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복지공무원의 업무량 증가, 증원도 불가피하다. 보건사회연구원은 500명의 담당 공무원이 더 필요하고, 해마다 70만~80만건의 소득재산을 조사해야 하며, 조사 때 한 건당 평균 70~80분의 추가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이렇듯 선별적 아동수당 도입에 따른 예산 절감폭에 견줘 적지 않은 선별 비용이 드는 등 제도상의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아동수당을 애초 취지대로 모든 아동한테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편적 아동수당 재추진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아직 싸늘하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민주당은 처음부터 아동수당을 모든 가구에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지난해 말 여야 합의 과정에서 아동수당은 (야당 요구로 소득 상위 10%를 제외하기로) 합의한 것”이라며 “(박 장관의 말대로) 아동수당을 지급하게 되면 예산안 합의 전체가 깨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자유한국당은 “전 소득계층 아동수당 지급을 위한 구체적인 재원 대책도 없으면서 행정비용을 이유로 아동수당 100% 지급을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비판했다.
박기용 송호진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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