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을 해결하려면 출산 장려 정책에서, 삶의 질을 개선해 평범한 사람들의 어려움을 제거하는 복지체제 변화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6일 오후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참여연대와 비판복지학회가 연 ‘저출산 현상 인구문제가 아니다’ 포럼에서 한 발제에서 “저출산 현상은 인구 문제가 아닌 복지 제도의 문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윤 교수는 “(저출산이라는) 인구학적 현상은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개별 정책과 출산율은 관계가 없으며, 한국의 ‘역진적 선별주의 복지체제’가 시민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불평등을 높여 개인의 출산권을 가로막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짚었다. 복지가 절실한 저소득층일수록 복지의 혜택을 누리기 힘든 한국 복지제도의 구조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윤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를 들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지출·가족지출 등과 출산율 사이에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 대신 윤 교수는 △노동소득분배율이 임금 상위 10%는 갈수록 높아지는 반면 하위 70%와 영세 자영업자는 낮아지고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의 50%가 채 안 되는 등 소득불평등이 심화하는 데서 저출산 현상의 원인을 찾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성불평등이 가장 심하다는 점도 이유로 꼽았다. 근본적으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 유연화가 가속화하면서 대기업·정규직 중심으로 설계된 복지체제에서 소외되는 이가 크게 늘어나고,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저하돼 출산율이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윤 교수는 “노동, 돌봄, 주거, 교육 등 경제·사회 구조가 성평등과 계층간 평등, 보편성 등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산업의 변화와 함께 개인의 개별화된 욕구에 기초한 보편적 복지제체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모두가 더, 부자와 기업이 그보다 더 내는 ‘누진적 보편증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영국, 아일랜드, 미국 등 자유주의 복지국가의 출산율이, 한국은 물론 복지제도가 잘 발달한 북유럽 국가보다도 더 높다는 데 주목해 “출산을 가로막는 것은 ‘현재’의 삶의 질이 아니라, ‘희망 없는 미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절대적인 삶의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라, 아무리 노력해도 삶의 수준이 제자리일 것이라는 ‘희망 없음’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 반면, 자유주의 체제는 “현재의 삶은 불평등해도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아이를 낳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석 교수는 “사회구성원 개개인에게 삶의 희망을 주려면 정책만으로는 어렵다. 사람을 귀하게 생각하는 사회문화적 변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진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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