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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국민연금 보험료율 30% 폭등’ 주장이 난센스인 이유

등록 2018-08-19 18:57수정 2018-08-19 21:36

[논쟁-국민연금 개혁] ① 김연명 중앙대 교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조합원들이 8월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8년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를 바탕으로 한 국민연금 제도 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에 앞서 국민연금 급여액을 높이라고 주장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조합원들이 8월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8년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를 바탕으로 한 국민연금 제도 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에 앞서 국민연금 급여액을 높이라고 주장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국민연금 개혁은 노후 소득보장, 국민연금 재정 안정, 노인 빈곤 해결, 세대 간 형평성, 소득 재분배 효과, 기초연금과의 연계,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과의 비교 등 여러 쟁점이 얽혀 있어 풀기 쉽지 않은 고차방정식이다. <한겨레>는 좀더 생산적인 논의에 보탬이 되고자 ‘논쟁의 장’을 마련했다. 연금 전문가들의 서로 다른 견해를 차례로 싣는다. 첫 번째 순서로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가 글을 보내왔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이 끝나면 의미를 알 수 없는 수치가 난무한다. 이해 안 되는 수치는 버려지고 이해되는 수치만 기억에 남는다. 기금이 고갈되면 보험료가 30%까지 오른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보험료 30%는 이해하기 힘든 복잡한 가정을 전제로 40~50년 뒤에 일어날 일이지만 당장 내 소득의 30%를 내는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도 많다. ‘국민연금 폐지’ 등 험악한 댓글이 달린다. 지난 17일 나온 재정계산 자료를 근거로 국민들이 이 수치를 어떻게 이해할까를 계산해봤다.

기금 고갈 땐 보험료 폭탄?

납부자 2182만명→911만명 급감

“연금 주려면 보험료 인상뿐” 주장은

임금소득 비중 급감할 미래 사회

가입자에만 부담 떠넘기는 낡은 논리

노후 보장, 보험료만으론 못 풀어

독일도, 일반조세 더해 연금 뒷받침

‘GDP 11% 지출’ 과중한 수준 아냐

소득대체율 낮춰선 경제기반 위험

국민연금 공포, 보험사들에만 호재

2018년에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2182만명이다. 이 중 실제 보험료를 납부하는 노동자의 평균 연봉을 계산하니 3213만원(월급 약 268만원)이다. 보험료는 월 24만원(보험료율 9% 적용)이지만 노동자는 4.5%인 12만원(사용자 절반 부담)만 낸다. 이 계산은 사실에 가깝고 이해가 된다. 그런데 보험료가 30%까지 올라? 그럼 지금 월급이 268만원인데 80만원을 보험료로 내라고? 사용주 부담을 빼면 40만원이지만 여기까지 생각하기도 쉽지 않다.

70년 뒤인 2088년에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 인구는 911만명으로 줄어든다. 노인들에게 약속된 연금을 주려면 911만명이 소득의 30%에 가까운 28.8%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911만명 중 임금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2088년 가치로 4억6470만원(월급으로 환산하면 3873만원)이 나온다. 보험료가 28.8%이면 월 1115만원을 내야 하지만 사용주 부담분을 빼면 실제 보험료는 558만원이다.

정부가 ‘70년 뒤에 직장 가입자 1인당 연봉이 4억6천만원이고 월 보험료는 558만원이 됩니다’라고 발표했다고 하자. ‘장난하냐’고 하겠지만 재정계산 자료에 근거해 계산하면 이렇게 나온다.

연봉이 4억6천만원이 된다고 하면 ‘농담하냐’고 하겠지만 ‘보험료가 30%까지 오른다’면 진담으로 받아들인다. 어떤 수치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재정계산은 ‘소설’이 될 수도 있고 ‘사실’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보험료 30%를 확신에 찬 ‘진실’로 받아들인다. 결론은 국민연금을 개혁하지 않으면 미래세대를 ‘착취’하게 되니 더 내고 덜 받자는 것이다.

보험료 30%는 향후 70년의 사회 변화를 조금만 생각하면 난센스에 가깝다. 30%는 모든 연금비용을 임금노동자(일부 자영업자)에게 부과한다는 것을 전제로 계산된 액수이다.

앞으로 인공지능과 로봇 등의 확산으로 임금노동자와 임금소득의 비중이 대폭 축소될 것이다. 70년 동안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소득의 주요 원천이 인간의 임금이 아닌 로봇의 소유주인 자본에 기울어질 것은 명확해 보인다. 빌 게이츠가 제안한 로봇세 도입이나 리처드 프리먼 하버드대학 교수가 공적기금에 의한 로봇의 사회적 소유를 주장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임금소득의 비중이 축소되고 자본소득이 더 커지는 미래 사회에서 임금소득에만 보험료를 매겨 연금비용을 충당한다는 가정에서 계산된 것이 보험료 30%이다. 20세기의 낡은 사고방식으로 완전히 달라질 미래를 ‘용감’하게 ‘예언’하는 점술에 가깝다.

지난 2007년에 독일은 연금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0.4%를 지출했는데 보험료 수입은 7.2%이고 나머지 3.2%는 일반조세로 충당했다. 다른 유럽 국가도 비슷한 상황이다.

2060년 한국의 노인 인구는 41.2%가 된다.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7월 31일 밤 인천시에서 한 노인이 일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2060년 한국의 노인 인구는 41.2%가 된다.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7월 31일 밤 인천시에서 한 노인이 일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진실은 무엇인가?

2060년에 한국의 노인 인구는 41.2%가 되고 국민연금으로 지출해야 하는 총금액은 지디피의 7.5%이다. 여기에 기초연금, 공무원연금 등을 합하면 지디피의 약 11~12% 지출이 예상된다. 유럽연합 28개국은 노인 인구가 18%인 2013년에 지디피의 11.3%를 공적연금비용으로 지출했다.

2060년 지디피 대비 11% 부담은 노인비율 41.2%를 고려하면 결코 과중하지 않다. 60~70년 뒤에도 젊은 사람은 존재한다. 이들이 부담 가능한 정도의 보험료를 임금소득에 부과하고 나머지는 소득이 많이 창출되는 다른 경제부문에서 재원을 조달하면 된다.

30~50대 주력 소비층이 대폭 감소하고 노인이 전체 인구의 41%가 되는 사회에서 적정한 연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기금 고갈 이전에 내수 부족으로 경제가 혼돈에 빠지게 된다.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인다는 명분이 미래세대의 경제적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게 된다.

보험료율 30%가 공포마케팅에 활용되고 있다. 연금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뒤에서 웃는 사람은 보험회사 오너들이다.

국민이 부담하는 국민연금 보험료가 연간 21조원인데 개인연금으로 보험회사에 내는 돈이 41조원이다. 국민연금 논란의 승자는 국민도 정부도 아닌 항상 보험회사 쪽이었다. 국민연금 개혁을 단순한 보험료 부담 문제로 접근하면 안 된다. 문재인 정부의 연금개혁이 역사적 평가를 받으려면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과)

김연명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연명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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