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8 포용국가전략회의에서 김연명 국정과제지원단장의 발표를 들은 뒤 손뼉을 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윌리엄 베버리지가 ‘복지국가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까닭은? 빈곤을 비롯한 당시 영국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종합적인 사회보장계획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레멘트 애틀리 내각의 실행이 없었다면 그의 이름은 역사의 무대에 오를 수 없었을 것이다. 전후 집권한 애틀리 내각은 노련한 정치력으로 베버리지의 구상을 가족수당법, 국민보험법, 국가보건서비스법 등의 법령으로 속속 현실화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6일 포용국가전략회의를 열어 ‘혁신적 포용국가 비전’을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혁신적 포용국가는 공정한 기회와 정의로운 결과가 보장되며, 다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를 위해 사회통합 강화 등 3대 비전과 9대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작업을 주도한 김연명 정책기획위원회 국정과제지원단장은 “한국판 베버리지 보고서를 마련한다는 심경으로 임했다”고 토로했다.
관건은 이를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가다. 대통령의 후속 조처 지시에 따라 청와대와 관계부처는 재원 대책을 포함한 중장기 로드맵 마련에 나설 것이다. 하지만 핵심은 역시 정치에 있다고 본다. 여당까지 합세한 당·정·청의 큰 틀에서 추진되는 복지정치의 작동이 요구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추진 조직도 이런 맥락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야당은 물론 노사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는 협치와 사회적 대화의 복원도 절실하다. 이를 통해 관련 정책과 법령이 현실화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경제부총리의 태도가 중요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대통령의 의지다. 재정전략회의처럼 대통령이 회의에서 하나하나 직접 챙겨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실행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포용국가 비전’ 또한 과거 참여정부의 ‘비전 2030’처럼 장밋빛 구상에 그치게 될 것이다.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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