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리본인권연대, 인권운동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14일 대구교도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HIV 감염 수용자에 대한 대구교도소의 차별을 규탄했다. 레드리본인권연대 제공
대구교도소 교도관들이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에 감염된 교도소 수용자의 감염 사실을 다른 수용자들에게 알리고, 감염될 가능성이 없는데도 이들을 격리 수용하는 등 차별행위를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레드리본인권연대와 인권운동연대 등 대구·경북 지역 5개 시민단체는 이러한 인권침해 행위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14일 대구교도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HIV 감염 수용자에 대한 인권침해를 사죄할 것 △인권침해·차별행위를 당장 중단할 것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 등을 대구교도소와 법무부에 요구했다.
진정서를 보면, 교도관들은 HIV 감염 사실을 노출하고, 이들이 기거하는 방에 ‘특이 환자’란 표식을 했다. 다른 수용자들이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교도관들은 감염된 수용자들을 통로에 세워두고 HIV 병명을 공개적으로 노출했다. 감염된 수용자들의 운동 시간을 별도 배정하거나, 다른 수용자들과 함께 운동할 때에는 운동장에 선을 그어 따로 분리했다고 한다. 시민단체들은 “공기나 물, 식사 등 일상적인 생활 접촉으로는 HIV에 감염되지 않는데, (감염 수용자를) 격리 수용한 것은 헌법상 기본권 제한의 원리인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은 “법무부 등에 이런 사실을 담은 진정서를 제출하고 처우 개선과 다른 교도소로 옮겨달라고 요청했으나 현장조사 한 번 없이 교도관들에게만 사실을 확인하고 요청을 묵살했다”고 비판했다. 또 “HIV 감염 수용자에 대한 개인 병력 노출은 사생활 보호권과 자유불가침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도 지적했다.
교도관이 당사자 동의 없이 제3자한테 병력을 공개한 것은 현행법 위반이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 74조는 건강진단, 입원치료, 진단 등 감염병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7조 역시 감염된 본인의 동의 없이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선 안 된다고 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HIV 감염 수용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에서 “수용자에게 직업활동, 운동에 대한 제한과 분리, 격리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 “수용자의 치료와 건강상태에 대한 정보는 비밀이고 의료인에게만 이용 가능한 서류에 기록돼야 한다”, “구금 시설 행정관에게 수용자의 HIV 감염 상태에 대해 절대 일상적으로 알려져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입소·수용 생활 중 동의하지 않은 HIV 강제검사 중지 △미흡한 비밀 보장 규정 개선 △감염인 건강권 제한 금지 △재발방지 시스템 도입 △대구교정청 교도관의 인권교육 이수 등을 함께 요구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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