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달 3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찾아 참가자로부터 무지개색 팔찌를 건네받고 있다. 주한 미국대사관 제공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1일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 20주년을 축하하는 뜻을 밝히며 “성소수자의 권리가 곧 인권”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해리스 대사는 지난달 31일 제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는 서울광장을 찾아 행사 부스 등을 관람했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자국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2015년부터 한국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하고 있다.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걸며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은 2017년부터다. 올해는 가로 8미터(m), 세로 4미터(m) 크기로 이전과 견줘 3배가량 큰 깃발을 걸었다. 해리스 대사는 “서울퀴어문화축제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더 큰 크기의 깃발을 걸기로 했다”며 “성소수자의 권리와 인권을 지지하는 의미에서 ‘프라이드 배너’(무지개 깃발)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대사관에 무지개 깃발이 걸리자 항의가 쏟아졌다. 보수 기독교계 시민단체 등은 대사관 앞에서 동성애 옹호를 중단하고 깃발을 철거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열었다. 대사관으로 직접 항의전화가 빗발치듯 걸려오기도 했다. 해리스 대사는 “성소수자의 권리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내게 매우 중요하다”며 지지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그는 “성소수자의 권리는 곧 인권과 같다”며 “미국 정부는 (이런) 평화로운 논의의 장에 참여한 사람들의 표현과 집회의 자유를 옹호한다”고 강조했다.
“어느 곳에나 편견이 있는 사람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해리스 대사는 “미국에도 물론 (성소수자의 권리 등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집단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은 ‘우리가 모두 평등하다’는 원칙 아래 만들어진 나라기 때문에 모든 개개인이 삶과 자유, 그리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미국의 대표로서)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며 “미국은 성소수자들에 대한 모든 종류의 폭력을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해리스 대사는 20주년을 맞은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진심 어린 축하”를 보내며 “성소수자의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분들을 지지하게 돼 매우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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