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사회] 유행처럼 번지는 지역화폐 ②
커뮤니티 활성화 ‘특효약’ 바람 타고 급증
10개 중 7개꼴 사라져…운영 조직 취약 탓
전자 지역화폐 형태로 다시 확산 조짐
영국 ‘브리스틀파운드’, 성공사례 꼽혀
유럽연합, 6개 지역화폐 지원 등 실험
커뮤니티 활성화 ‘특효약’ 바람 타고 급증
10개 중 7개꼴 사라져…운영 조직 취약 탓
전자 지역화폐 형태로 다시 확산 조짐
영국 ‘브리스틀파운드’, 성공사례 꼽혀
유럽연합, 6개 지역화폐 지원 등 실험
2004년 4월 탄생한 아톰통화는 올해로 15년째가 되는 일본의 ‘장수 지역화폐’로 도쿄 등 전국 5개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다. 아톰통화 누리집
아톰통화는 10마력, 50마력, 100마력, 500마력 네종류로 1마력은 1엔의 가치를 지닌다. 디자인은 해마다 바뀌고 유효기간은 매년 4월7일부터 다음에 2월 말까지다. 아톰통화 트위터
영국의 지역화폐인 브리스틀파운드.
“지역화폐, 지역간 경제 불균형 해소 수단 될 것”
인터뷰 문진수 서울신용보증재단 상임이사
“경기불황 지역화폐 계속 생길 것”
“한가지 화폐만 존재 고정관념”
“법정화폐 도와 사각지대 메울 것”
“저성장 등 경기침체 국면이 심화하면 돈은 지금보다 더 돌지 않게 된다. 지역화폐·대안화폐는 어떤 형태로든 계속 나타날 수밖에 없다.”
대안화폐를 다룬 <돈의 반란> 저자인 문진수 서울신용보증재단 상임이사는 “화폐의 역사 속에 등장하는 대안화폐는 모두 법정화폐가 아주 귀하거나 구할 수 없을 때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났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 이사는 한국사회적금융연구원장을 지내는 등 국내외 대안화폐를 연구한 전문가다.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그를 만났다.
-지역화폐 역사를 보면 해외는 200년 가까이 됐고 우리는 20년 정도 된 것 같다. 지역화폐가 많이 사라지기도 했지만, 어쨌든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무슨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한마디로 돈이 잘 돌지 않아서다. 경기가 나쁘면 지역화폐가 만들어지는 등 경기 상황과 지역화폐의 흐름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불황·대공황 시기 미국과 유럽의 많은 지역에서 사람들이 스스로 돈을 만들었고, 가진 것을 교환했다. 필요가 수단을 낳은 것이다. 효과도 컸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6년 <녹색평론>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된 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뭉쳐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를 만들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지방정부 주도로 지역화폐가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중앙정부도 재정 지원에 나섰다. 이런 흐름을 어떻게 보나?
“중앙·지방정부가 재정정책의 수단으로 지역화폐를 활용하고 있다. 몇몇 지자체의 경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들에게 지역화폐는 상당히 중요한 도구가 됐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정부가 언제까지 재정 지원을 계속할지 알 수 없다. 또 지금의 방식은 상대적으로 재정 여력이 좋은 곳은 지역화폐 발행이 늘어나고 그렇지 않은 곳은 도입이 어려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지역화폐가 더 필요한 곳은 재정 자립도가 낮은 곳이지 않겠는가. 정부가 지역의 현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맞춤형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결국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단순히 할인을 해주니까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곳이 좀 더 좋아지기 위해서는 지역화폐가 필요하다는 공동체 가치가 있어야 지속할 수 있다고 본다.
“지역화폐가 공동체 가치를 지키면서 지역경제도 활성화할 수 있으려면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중심에 서야 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영국 지역화폐 ‘브리스틀파운드’도 사업을 이끄는 것은 사회적기업이다. 우리나라에선 경기도 시흥이 모범적인 모델이라고 생각한다.(※시흥은 시민사회와 지방정부가 2년 동안 준비해 지난해 9월 지역화폐를 만들었다. 지방정부와 시민사회 30인으로 구성된 ‘시흥화폐 발행위원회’가 지역화폐에 대한 모든 것을 논의하고 있다.) 시민사회와 협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법정화폐를 발행하는 한국은행에서 나온 지역화폐 보고서를 보면 흥미로운 부분들이 있다. 지역경제 자립성보다 공동체 의식 함양 등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위기다. 현재 정부 주도의 지역화폐 활성화에 대한 비판도 읽힌다.
“지역화폐는 보완재에 가깝다. 법정화폐가 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면 지역화폐가 존재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우리나라는 지역 소득의 역외유출 문제가 심각하다. 지역 안에서 만들어진 부가가치가 계속해서 밖으로 빠져나가 지역경제가 피폐해지는 현상은 바로잡아야 한다. 지역화폐가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긴 어렵겠지만 돈의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해주는 수단은 될 수 있다. 한 국가에서 오직 한가지 화폐만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은 고정관념일 뿐이다. 지역화폐가 법정화폐를 도와 돈의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문진수 서울신용보증재단 상임이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