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당사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보호자 동의나 자체 위원회 결정에 따라 장애인을 퇴소시키는 것은 자기결정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결정이 나왔다.
17일 인권위의 설명을 보면, 경기도의 ㄱ 중증장애인 거주 시설은 올해 들어 거주 장애인 15명을 강제로 퇴소시켰다. 시설 쪽은 “정부의 장애인시설 소규모화 정책에 따라 자체적으로 시설 규모를 줄이면서 다른 시설이 더 적합할 것으로 판단되는 중증장애인을 선정해 보호자 동의를 받고 퇴소시켰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권위 조사 결과, 이 과정에서 판단력에 장애가 없는 지체장애인도 당사자 결정이 아니라 보호자의 신청이나 ㄱ시설 퇴소 판별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퇴소가 결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판단력에 장애가 있는 무연고 지적장애인은 후견인 지정도 하지 않고 임의로 다른 시설이나 병원으로 이송했다.
인권위는 ㄱ시설이 ‘장애인 복지 시설에 대한 장애인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장애인 복지 시설을 이용하려는 장애인에게 시설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한 장애인복지법 57조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지적 능력이 부족한 장애인도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 따라 후견인 등을 세워 이를 대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ㄱ시설에 “퇴소 및 전원을 앞둔 시설 거주인에게 옮겨 갈 시설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사전 방문 기회를 제공하는 등 시설 거주인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보건복지부에는 “최근 정부의 탈시설 정책에 따라 소규모화를 추진하는 시설이 늘고 있어 이런 일이 또 발생할 수 있다”며 “장애인이 퇴소나 이주 과정에서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도록 관련 지침 및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