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경기지부 조합원들이 경기도청 앞에서 요양보호사에 대한 지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요양서비스노조 제공
“어르신을 돌보다 요양원에 코호트(시설) 격리돼 마음의 병이 생겼지만, 저를 돌봐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전화기 너머 이아무개(62·여)씨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는 지난 5월 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경기도 광주의 한 요양원이 코호트 격리될 때 마지막까지 남은 요양보호사다. 요양원에서 “하루만 어르신들을 봐달라”고 해서 선뜻 방호복을 받아 입었다. 4일 동안 격리된 노인 12명을 혼자 돌봤다. “어르신들 건강 때문에 더운 날에도 에어컨을 틀지 못했는데, 방호복에 습기가 차서 피부가 다 짓무르고 숨도 쉬기 어려운 채로 꼬박 90시간을 버텼다”고 했다. 그가 돌보던 노인 12명 중 4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자 방역당국은 요양원 일시 폐쇄를 결정하면서 이씨도 그곳을 나올 수 있었다. 구토 증세 등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 치료를 받고 싶었지만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는 보건소의 통지를 받고 2주 동안 집에서 버텼다. 추가로 1주일 무급휴가를 얻었지만 몸살은 계속됐다. 다시 요양원으로 복귀하려고 했지만 손발이 심하게 떨리고 매일 악몽에 시달리면서 끝내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이씨는 자신이 돌봤던 확진자 4명 중 3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에 큰 충격도 받았다. 정신과 진료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보상해주겠다고 했던 요양원은 ‘손해가 커 도와줄 수 있는 여력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7월 말에 산재 신청을 했는데 4개월이 되도록 소식이 없다. 도와줄 가족도 없어 당장의 생계도 걱정”이라며 울먹였다.
코로나19 유행의 최전선에서 요양보호사는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돌봄 노동을 담당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들은 보호받지 못하고 고용 불안에 시달린다. 경기 지역의 한 요양보호사 김아무개(59·여)씨는 “근무하던 요양원에서 확진자가 나와 2주 동안 자가격리를 마친 뒤 복귀하려고 했는데 요양원에서 입소자 수가 줄어든 것을 이유로 ‘사표를 내라’고 했다”며 “동네 목욕탕에 갔다가 ‘확진자와 같이 있었다’는 이유로 쫓겨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지원센터’가 코로나19 이후 요양보호사 3456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57.5%가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중단과 소득 감소에 대한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고, 응답자의 47.7%는 ‘무급휴직자에 대한 지원금 등 정부지원금’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미숙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은 현장에서 일하다 격리되더라도 요양보호사들은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오롯이 개인이 감당하고 있다”며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은 고용주의 확인서를 받아야 하는데 협조가 되지 않아 수급률이 극히 낮으므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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