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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산형은 ‘우산꼴’, 양치식물은 ‘고사리 식물’로 바꿔볼까요?

등록 2021-08-09 17:59수정 2021-08-10 02:03

연재ㅣ쉬운 우리말 쓰기
동·식물원 속 우리말 ⑤

상록교목은 ‘늘푸른큰키나무’
‘잎은 선형’보다는 ‘바늘잎’
수간 주사는 ‘나무 주사’…
전정은 ‘꼴다듬’으로 바꿔볼까
지난달 16일 경기 오산시에 있는 물향기수목원을 찾았다. 도립 수목원인 이곳은 10만평에 이르는 부지에 중부지역 자생원, 습지 생태원, 한국의 소나무원 등 19개의 주제원을 중심으로 1930여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김지윤 기자
지난달 16일 경기 오산시에 있는 물향기수목원을 찾았다. 도립 수목원인 이곳은 10만평에 이르는 부지에 중부지역 자생원, 습지 생태원, 한국의 소나무원 등 19개의 주제원을 중심으로 1930여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김지윤 기자

지난달 16일 낮에 경기도립 물향기수목원을 찾았다. 지하철 1호선 오산대역에서 내려 조금 걸어가면 수목원 입구에 도착한다. 이날 체감 온도는 40도, 자비 없이 내리쬐는 뙤약볕에 ‘다음에 다시 올까’ 싶기도 했지만 모자를 눌러쓴 뒤 손풍기(작고 가벼운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 용기를 냈다.

물향기수목원은 경기 오산시 수청동에 자리 잡고 있다. 도립 수목원으로 경기도가 2000년부터 조성하기 시작해 2006년 5월에 문을 열었다. 10만평에 이르는 부지에 중부지역 자생원, 수생 식물원, 습지 생태원, 한국의 소나무원 등 19개의 주제원을 중심으로 1930여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수목원 안내도를 봤다. ‘어린이 추천 관람로’를 눈에 띄게 표시해둔 점이 좋았다. 어른들의 이런 작은 정성과 호의가 모여야 아이들이 더욱 환대받는 사회가 될 것이다. 무더운 여름날, 초록이 무성한 숲길에 들어서니 ‘이웃집 토토로’가 마중을 나올 것만 같다. 마침 등쪽이 노란 길고양이 한마리가 내 앞에서 산책을 하고 있었다. 저 녀석이 설마 ‘고양이 버스’?

수목원을 산책하고 있는 길고양이의 모습. 김지윤 기자
수목원을 산책하고 있는 길고양이의 모습. 김지윤 기자

‘수구화수’ ‘암구화수’ 어려워

걷다가 으름덩굴을 만났다. 설명 팻말을 보니 ‘열매는 과피가 두껍고 과육은 먹을 수 있다’고 돼 있다. 과피는 열매의 씨를 둘러싸고 있는 부분으로 한글 전용 농업 용어 고시 자료에서는 ‘열매껍질’로 순화했다. 과육은 열매에서 씨를 둘러싸고 있는 살을 말한다. 생활 용어 수정 보완 고시 자료를 보니 ‘열매살’이라는 순화어를 권한다.

‘향토예술의 나무원’ 근처를 지나며 소나무를 봤다. ‘상록교목으로 전국의 산지에 자생 및 식재하고 있으며 수구화수는 황색, 새 가지 끝에 모여 달리고 암구화수는 짙은 자주색, 수구화수 위쪽에 달린다’고 설명을 해놨다.

상록교목(常綠喬木)은 사철 내내 잎이 푸른 교목을 말한다. 교목은 한자 뜻풀이대로 키가 큰 나무를 이른다. 상록교목은 국어사전에 나와 있듯 ‘늘푸른큰키나무’로 쉽게 풀어쓸 수 있겠다.

수구화수, 암구화수도 어려웠다. 소나무나 잣나무 같은 겉씨식물의 꽃을 ‘암구화수, 수구화수’라고 부른단다. 그런데 이런 말은 아무래도 쉽지 않다. 구화수(毬花穗)는 ‘공 구, 꽃 화, 이삭 수’를 써서 소나무의 솔방울 따위를 말한다. 소나무와 잣나무 등의 배우자체(배우자를 만드는 식물체)를 생산하는 생식 구조를 이르는 말이다. 소나무나 잣나무의 특징을 떠올리면서 ‘암솔방울, 수솔방울’ ‘암꽃, 수꽃’ 등으로 이해하는 게 쉬울 듯하다.

곤충생태원과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핀 곳을 지나니 ‘난대·양치식물원’이 나왔다. 김지윤 기자
곤충생태원과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핀 곳을 지나니 ‘난대·양치식물원’이 나왔다. 김지윤 기자

은화식물은 ‘민꽃식물’로…​

나무와 꽃에 대한 설명 팻말에 정보무늬(QR코드)를 비롯해 학명, 과명, 영명 등이 모두 적혀 있어 읽어보는 재미가 있었다. 다른 주제원으로 이동하는 길목 한가운데서 두껍고 긴 통나무를 발견했다. ‘우리나라 산림에서 0.8초마다 이만큼의 나무가 자랍니다’라고 통나무에 적혀 있었다. 0.8초마다 어른 두명의 키를 더한 만큼 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메시지였다. 숲과 나무의 중요성을 한눈에 직관적으로 보여준 점이 좋았다.

곤충생태원과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핀 곳을 지나니 ‘난대·양치식물원’이 나왔다. 양치식물(羊齒植物)은 관다발 식물 중에서 꽃이 피지 않고 홀씨로 번식하는 은화식물(隱花植物)의 한 무리다. 전세계에 1만종 이상이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250여종이 있는데 대표적인 양치식물이 고사리다. 행정 용어 순화 편람에서는 양치식물 대신 될 수 있으면 ‘고사리 식물’을 쓰라고 돼 있다. 은화식물은 꽃을 피우지 않는 식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민꽃식물’이라고 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

양치식물은 꽃이 피지 않고 홀씨로 번식하는 은화식물의 한 무리다. 양치식물 대신 ‘고사리 식물’이라고 쓰면 어떨까? 은화식물은 꽃을 피우지 않는 식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민꽃식물’이라고 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 김지윤 기자
양치식물은 꽃이 피지 않고 홀씨로 번식하는 은화식물의 한 무리다. 양치식물 대신 ‘고사리 식물’이라고 쓰면 어떨까? 은화식물은 꽃을 피우지 않는 식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민꽃식물’이라고 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 김지윤 기자

호젓한 숲길 산책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더위 먹은 까치를 봤다. 나무 그늘에서 부리를 쩍 벌리고 가쁘게 숨을 내쉬는 모습이 딱해 보였다. 나무다리를 건너면서는 오리 가족을 만났다. 뒤뚱뒤뚱 어미를 따라나서는 천방지축 일곱마리의 아기 오리를 보니,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은 수목원이라는 생태계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원주형은 ‘둥근기둥꼴’로 바꿔볼까

장미과 공조팝나무에 관한 설명을 보자. ‘꽃은 백색으로 4~5월에 잎과 같이 가지에 산형(繖形)상으로 나열된다’고 돼 있다. ‘우산 산’ 자를 썼기에 꽃이 핀 모양을 보니 과연 우산처럼 생겼다. 산형은 ‘우산꼴’로 바꿔 쓰면 아이들도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연못 쪽으로 걷다 보니 소나뭇과의 전나무를 만났다. ‘잎은 선형’ ‘열매는 원주형’이라는 말을 각각 ‘바늘잎’ ‘열매는 둥근기둥꼴’이라고 바꿔보면 어떨까?

장미과 공조팝나무에 관한 설명 팻말. ‘산형(繖形)상으로 나열된다’에서 산형은 ‘우산꼴’로 바꿔 쓰면 아이들도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김지윤 기자
장미과 공조팝나무에 관한 설명 팻말. ‘산형(繖形)상으로 나열된다’에서 산형은 ‘우산꼴’로 바꿔 쓰면 아이들도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김지윤 기자

수생식물원에 도착했다. 고요하고 너른 연못, 단아하게 피어난 수련과 연잎 위를 거니는 새 한마리를 보고 나서야 한여름 더위가 견딜 만해졌다. 수생식물은 전체 또는 일부가 물속에서 자라는 식물을 이른다. 쉬운 말로 ‘물살이 식물’이 있다. ‘수생식물은 정수식물(挺水植物), 부유식물(浮遊植物), 부엽식물(浮葉植物), 침수식물(沈水植物)로 나뉘며 수중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형태적 특성을 가집니다’라는 설명과 그림을 봤다. 설명 기둥을 손으로 돌려보니 ‘생활사에 따른 수생식물 분류’에 관해 적혀 있다. 정수식물, 부엽식물 등을 조금 더 쉽게 표현하는 말이 있었으면 좋겠다.

소나뭇과의 전나무에 관한 설명 팻말. ‘잎은 선형’ ‘열매는 원주형’이라는 말을 각각 ‘바늘잎’ ‘열매는 둥근기둥꼴’이라고 바꿔보면 어떨까? 김지윤 기자
소나뭇과의 전나무에 관한 설명 팻말. ‘잎은 선형’ ‘열매는 원주형’이라는 말을 각각 ‘바늘잎’ ‘열매는 둥근기둥꼴’이라고 바꿔보면 어떨까? 김지윤 기자

수세는 ‘나무 자람새’로

산책로 곳곳을 보니 ‘소나무 수세 회복을 위한 수간 주사 중입니다’라는 설명이 나무에 붙어 있다. 마치 링거를 맞듯이 소나무 몸통에 빨간 통이 두개씩 꽂혀 있었다. 수세(樹勢)는 나무가 자라나는 기세나 상태를 말한다. 행정 용어 순화 편람에서는 수세 대신 될 수 있으면 순화한 용어 ‘나무 자람새’를 쓰라고 돼 있다.

수간주사(樹幹注射)는 나무줄기에 주사를 꽂거나 구멍을 뚫어 약물을 주입하는 일을 말한다. 나무의 병을 치료하는 내과적 치료법의 한 종류다. 대추나무 빗자루병과 같이 미코플라스마 등으로 인해 병을 앓고 있는 나무에 항생제를 주입하거나 솔잎혹파리를 막기 위해 사용한다. 임업 용어 순화 고시 자료를 보니 수간주사 대신 ‘나무 주사’를 쓰라고 돼 있다.

수세(樹勢) 대신 순화한 용어 ‘나무 자람새’를 쓰면 뜻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임업 용어 순화 고시 자료를 보니 수간주사(樹幹注射)는 ‘나무 주사’라고 바꿀 수 있겠다. 김지윤 기자
수세(樹勢) 대신 순화한 용어 ‘나무 자람새’를 쓰면 뜻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임업 용어 순화 고시 자료를 보니 수간주사(樹幹注射)는 ‘나무 주사’라고 바꿀 수 있겠다. 김지윤 기자

돌아 나오는 길에 ‘토피어리(topiary) 가든’을 봤다. 토피어리의 사전적 설명을 보니 ‘물이끼와 같은 식물을 여러 가지 모양으로 자르고 다듬어 보기 좋게 만든 것. 또는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돼 있다. 규범 표기나 순화어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다만 가정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작은 토피어리의 경우 ‘잔디인형’이라는 말을 널리 쓰고 있다.

설명 팻말을 보니 토피어리는 ‘전정형, 유인형, 심는형, 꽂는형’ 등의 종류로 나뉜다고 한다. 전정(剪定)형은 로마 시대 때부터 전해지는, 나무를 다듬어 조형을 만드는 전통적인 방법이다. 전정은 식물이 잘 자라 열매를 많이 맺게 하거나 모양을 좋게 하기 위하여 가지를 자르고 다듬는 일을 말하는데 행정 용어 순화 편람을 보니 순화한 용어 ‘가지치기’를 쓰라고 돼 있다. 한글 전용 농업 용어 고시 자료에서는 전정을 ‘꼴다듬’으로 순화하기도 했다.

글·사진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감수 상명대학교 계당교양교육원 교수 서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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