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입시에서도 수능 성적이 예상보다 적게 나온 문과생이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이공계열로 진학하는 비율이 높자 문·이과 교차지원 제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문과생 “붙고 보자” 대거 지원
4개대 표본조사 결과 67.8% 차지
대학, 미달 피하고 원서값 장삿속
선택권 확대 취지 빗나가
4개대 표본조사 결과 67.8% 차지
대학, 미달 피하고 원서값 장삿속
선택권 확대 취지 빗나가
초점/대학 교차지원 논란 서울의 한 고교 3학년 담임인 이형빈 교사는 올해 대입 진학지도를 하면서 아주 속이 상했다. “멀쩡하게 3년 동안 문과에서 공부한 상당수 학생들이 이공계로 진학”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문학을 전공하고 싶어 했던 학생도 수능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자 이공계로 진학했다. 이공계 공부 쪽으로 마음을 바꾼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공계 대학에 가더라도 문과 학문을 계속 공부하거나 복수전공을 하겠다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든 원했던 대학에 가려고 문과생들이 수리‘나’ 응시생을 받는 대학의 이과로 진학하는 것이다. 이처럼 대학들의 문·이과 수험생 교차지원 허용으로 수리‘나’와 사회탐구 영역을 공부한 ‘문과반’ 수험생들 중 대거 이공계로 진학하고 있다. 올해 교차지원 허용 대학 가운데 상당수가 문과 학생이 더 많이 합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청솔학원평가연구소(소장 오종운)가 올해 대입 정시에서 광운대, 동국대(서울), 세종대, 숭실대 4개대의 공과대학 최초 합격자 177명(모집정원 2169명의 8.16%)을 표본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67.8%인 120명이 수능에서 수리‘나’형과 사회탐구영역을 본 이른바 ‘문과’ 학생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순수’ 이과생으로 볼 수 있는 수리‘가’와 과탐에 응시한 수험생은 177명 가운데 31명으로 17.5%에 그쳤다. 과학탐구를 봤으나 문과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수리‘나’를 본 합격자는 14.7%인 26명이었다. 과탐 응시자를 이과생으로 볼 때 수리‘나’를 본 학생을 포함하면 이들 4개대 공대 합격자 중 32.2%만이 이과생인 것이다.
이형빈 교사는 “정상적인 제도라면 고교에서 공부한 내용으로 대학에 들어가야 하는데, 사회탐구 점수로 공대를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교육과정을 왜곡하는 교차지원 허용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들의 진로 선택권 문제는 고교 교육과정 운영에서 풀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적분 등 수학2나 물리·화학을 공부하지 않은 학생들이 이공계로 진학할 경우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김학윤 잠신고 교사는 “학생은 학생대로 힘들고 가르치는 대학 입장에서도 난감할 수밖에 없다”며 대학들이 미달사태 등이 두려워 ‘일단 살고보자’ 식으로 교차지원을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그는 교차지원은 학생들의 선택권을 존중한다는 의미도 있는 만큼 이를 되돌이키기보다는 대학에서 유급·재교육 등 교육과정을 통해 기초공부가 안된 학생은 (진학해도) 힘들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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