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가 시작된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안산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며 신발주머니로 장난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학교 오는 게 좋죠. 엄마가 깨우지 않아도 알람 맞춰놓고 일어났어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2만명에 육박한 2일 오전, 새학년 첫날을 맞은 서울 강남구 도곡중학교 교문 앞에는 학생회가 환영 손팻말을 들고 늘어서 있었다. 학생회 임원들은 친구들이 등교할 때마다 웃으며 “오랜만이야 얘들아” “교실에서 보자”고 외쳤다. 어색하게 교문으로 들어서던 학생들은 친구와 얼굴이 마주치자 금세 함박웃음을 지으며 “넌 몇 반으로 배정됐냐”고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개학 상황 점검을 위해 이 학교를 찾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아무래도 정상등교에 학부모들이 가장 좋아하시지 않겠냐”고 묻자, 학생들은 앞다퉈 “우리도 등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교실에 들어선 학생들에게는 자가검사키트가 한개씩 배포됐다. 박명숙 도곡중 교장은 직접 3학년 교실에서 비닐팩에 담긴 내용물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며 “액체가 들어있는데 쏟아지면 검사가 잘 안되니, 설명서를 충분히 읽어보고 미리 전달한 동영상도 차분히 보고 따라하라”고 주의사항을 전했다.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도곡중 학생들도 내일 등교 전 이 자가검사키트로 선제검사를 하고 오도록 권고 받았다. 다음주부터는 주 2회 선제검사를 권고 받는다.
다만 이미 확진됐다가 완치된 학생은 확진일 기준 45일간 별도의 키트 검사 없이 등교가 가능하다는 지침이 최근 추가됐다. 방역당국의 지침상 최초 확진 45일 이내 코로나19 양성반응이 나오는 것은 재감염 등이 아닌 단순 재검출로 분류해 별도 조치를 시행하지 않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개학 첫 날은 자가검사키트 배포로 모든 학생들이 등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이후에는 학교마다 원격수업 등 다른 방침을 적용하게 된다. 교육부는 새 학기 초 2주간의 적응기간에 학교 재량에 따라 전면 원격수업이 가능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기간은 기존에 발표한 학사운영 참고지표(교내 하루 신규 확진자 전교생 3%·등교중지 학생 15%)에 못미치더라도 지역별 감염상황 등을 고려해 학교장 재량에 따라 전면 원격수업이 가능하다. 교육부는 “등교 현황을 공개하려고 했으나 학교들이 3월2일은 너무 바쁜 관계로, 8일께 상황을 정리해서 발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만큼 학교와 지역별 상황이 다르고 적응기간 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상당수 학교들이 최대한 등교하는 방향을 유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울 광진구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최아무개씨는 “500여명으로 학생 수가 많은 편이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2주간 전면등교를 쭉 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며 “확진자 수는 늘지만 ‘걸려도 나으면 된다’는 이전보다 경직되지 않은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도곡중 또한 과밀학급임에도 불구하고 적응기간 내내 정상등교를 고수할 방침이다.
개학을 앞두고 학생 확진자도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이날 0시 기준으로 집계한 자료를 보면, 지난달 28일부터 3월1일까지 학생 2883명이 확진돼 누적 확진자 수가 4만4729명을 기록했다. 신규 확진자 가운데서는 초등학생이 1484명으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고, 고등학생은 607명, 중학생 551명 순으로 확진자가 많았다. 학생 누적 확진자 중에서도 초등학교 2만2471명, 고등학교 9359명, 중학교 8060명, 유치원 3862명 순으로 비율이 높았다.
이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방역을 철저히 하며 새 학기를 준비했고 학교별 규모에 따라 인력도 2∼6명 배치했다. 키트 소분 작업이 힘들어 긴급지원 인력도 학교당 1명씩 3200명을 파견했다”며 “학부모들이 염려가 많으시겠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가는 관문이고 진통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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